[금융강국코리아 2013:③-2][인터뷰]이근섭 기업은행 중국유한공사 법인장

이근섭 IBK기업은행 중국유한공사 법인장은 지난 2007년 10월 후 줄곧 해외에서 근무 중이다. 특히 홍콩을 거쳐 2008년 7월 톈진지점으로 자리를 옮긴 후로는법인장에 오를 때까지 중국에만 머물렀다.
그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 사이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은행원"으로 꼽힌다. 지난 1월 인사에서 중국법인장으로 승진 발령됐을 당시에도, 기업은행은 그의 인사배경을 "중국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해외 진출기업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해소해주는 등 현지 중소기업들의 신망이 두텁다"고 소개했다.
이 법인장이 이처럼 기업인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게 된 것은 5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계기였다. 한국의 외환보유고 부족 논란이 일자 2008년 10월 13일 중국은행들은 한국계 은행들에 대한 위안화 공급 라인을 차단했다. 또 거래 중이던 한국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대출금 회수에 돌입했다. '패닉'에 빠진 기업들이 찾아갈 곳은 기업은행 뿐이었다.
"중국 4대 은행들이 위안화 공급을 차단해 은행도 돈줄이 말랐지만, 중소기업은행이 기업들을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거래의 끈이 남은 광대은행·초상은행 등 중국계 중소 은행들을 찾아다니며 위안화를 구해 왔고, 가까스로 기업들이 쓰러지기 전에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위태로운 기업들을 지원하는 리스크를 떠안았지만, 오히려 지금은 대부분 알토란같은 기업고객들을 모실 수 있게 됐습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몇 번이고 중국 은행권의 예측가능성 부족을 지적했다. 직접 수년간 중국 각지의 금융환경을 경험한 결과다. 급격한 인건비 상승, 강력한 정부 규제, 금융시장의 빠른 변화 등으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들은 물론 은행들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을 맞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중국 역시 지난해 금리 자율화의 첫 발을 내딛었다. 여전히 대출 및 예금 금리는 고정돼 있지만 1년 기준으로 대출의 경우 6.0% 기준금리에서 최대 30%까지 할인해 줄 수 있고, 예금은 3.0% 기준금리에서 10%를 우대할 수 있게 됐다. 제한적이지만 금리 자율화 흐름은 은행간 경쟁의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에선 아직 중소 규모인 기업은행에게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는 게 이 법인장의 판단이다.
"금리 자율화의 시작으로 경쟁이 심화되는 반면 여전히 영업규제는 상당하고, 충당금 비율 및 유동성 비율 강도도 여전합니다. 정밀한 계획을 갖춰야 합니다. 오늘도 중국 각 지역 지점들에 화상회의를 통해 '나라는 같지만 법·제도·관습이 모두 지역마다 다르다. 현지에 맞는 영업모델을 각자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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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과제로 '현지화'를 꼽았다. 중국으로 진출하는 한국 기업의 숫자가 정체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한국기업과의 거래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게 된 것.
"더 이상 중국으로 나오는 한국 기업들이 없습니다. 중국 정부도 과거와 달리 외국인 투자라고 무턱대고 받아들이지 않고, 첨단산업만을 선별해 받는 상황입니다. 결국 은행으로선 순수 중국 업체들과의 거래를 확대해야 합니다. 국내 대기업과 거래하는 업체, 현재 우리의 기업고객과 거래하는 2차 협력업체 등은 우리가 현금흐름을 파악하기 쉽다는 점에서 비교적 투명성이 높은 1차 영업대상입니다"
중국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바람도 기업은행에는 또 다른 기회다.
시진핑 주석을 리더로 하는 중국의 5세대 정부 지도부는 산업발전 과정의 극심한 소득분배 불균형과 그에 따른 사회적 불안정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노선을 소득분배 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그 핵심과제로 중소기업을 비롯한 소외계층의 권익 제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이 한국 내에서 중소기업 지원에 특화된 노하우를 보유한 것을 중국 지도부가 이미 알고 있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을 비롯한 한국은행들이 국내에서 실행해 온 각종 중소기업 금융지원 기법을 특·장점으로 살린다면, 향후 중국시장 공략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