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직원들이 원하는 민영화가 무엇인지 눈빛만 봐도 압니다. 아니 눈을 감고 있어도 압니다."
그동안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식에 대해 말을 아끼던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64)이 말문을 열었다.
지난 20일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집무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민영화로 인해) 직원들이 왜 불안해 하는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회장이 됐다"며 민영화 방식에 대한 회장과 직원들 간에 믿음과 신뢰가 있다고 강조했다.
취임한지 일주일이 되지 않았지만 그의 마음은 바쁘다.
임기는 1년 반으로 제한돼 있지만 그 사이 3번이나 실패했던 우리금융 민영화를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금융업을 둘러싼 환경이 최악인 상황에서 우리금융의 가치는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이 회장은 우선 개별 자회사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새로 뽑거나 재신임할 자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자율적인 경영권부터 확보해줄 생각이다. 그는 "회사의 목표와 임원 인사까지 모두 자회사 사장에게 맡길 생각"이라며 "다만 성과를 내지 못하면 가차 없이 인사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한을 최대한으로 주되 책임 또한 가차 없이 묻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특히 모든 자회사 CEO의 임기를 회장과 같은 내년 12월 30일까지로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장의 컨트롤 하에 속도감 있게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회장의 임기와 맞추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추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도 예고했다. "본부 조직은 작을수록 좋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지난 14일 취임과 동시에 지주사의 부서와 인력을 반으로 줄인 바 있다. 또 은행 영업력 강화를 위해서 오는 7월 1일 정기인사에서 본부 직원을 영업점에 추가 배치할 생각이다.
수익성을 확보가 급하지만 기업 지원이라는 은행 본연의 역할에는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한국의 금융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아시아 시장으로 가면 된다. 아시아 신흥국에게는 우리가 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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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민영화 방안이 확정된다
▶민영화 방안이 확정되기 전에 먼저 할 말은 없다. 걱정할 일이 있다면 그 후에 해도 된다. 다만 자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임기는 나와 같은 내년 12월 30일로 변경할 생각이다. 회장의 임기보다 자회사 CEO의 임기가 더 길면 속도감 있게 민영화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우리금융이 대다수 자회사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임기 변경에는 무리가 없다.
-민영화를 앞두고 직원들의 불안감도 클 것 같은데
▶왜 직원들이 불안한지를 잘 아는 사람이 회장이 됐다. 눈빛을 안 보고 (눈을) 감고 있어도 안다. 그러니까 직원들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일찌감치 노동조합이 현수막 걸고 들고 일어나지 않았겠나.
-직원들은 고용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할텐데
▶KB금융과 합병한다고 누가 말했나. 민영화 방안이 그것만 있나. 원 어브 뎀(One of them)이다. 왜 하필 그리로 가야 하는가. 언론이 앞서 나가면 안 된다.
-우리투자증권 등 자회사 분리매각 방안에 대해 말들이 많다
▶글쎄, 은행과 같이 파는 것보다 증권사를 단독으로 매각했을 때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면 팔수 있다. 우리파이낸셜 등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려 성공적인 민영화를 이루겠다고 했다. 저금리·저성장이라는 환경 속에서 단기간에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을텐데
▶직원들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비용은 최대한 줄이고 영업은 더욱 활성화 시켜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생각이다. 7월 정기 인사 때 은행 본부 인력들을 영업점으로 더 내보낼 계획이다. 본부에 있으면 영업이 안 된다. 현장에서 자기 밥벌이를 해야 한다. 본부는 인력을 내보내는 대신 업무 효율화를 통해 일을 줄이면 된다.
-추가적인 조직 슬림화를 생각하는 건가
▶본부 조직(인력은) 적을 수록 좋다. 지주사는 (지금보다) 반을 더 줄여도 될 것 같다. 돈을 버는 곳은 현장이다. 돈을 버는 영업직원들이 주인이다. 우리 같은 본부부서는 하인이다. 하인은 적을수록 좋다.
-STX와 쌍용건설 등 부실기업 때문에 수익성 훼손이 심하다. 특히 수익성 제고와 (정부 지분 소유 은행으로서) 국내 기업 지원이라는 정책적인 역할은 충돌이 있는데
▶기업금융을 하는 은행으로서 어쩔 수 없다.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은행을 떠나서 우리은행의 존재 이유기도 하다. 마른 수건 짜고 경영 효율화해서 메우더라도 기업여신 지원은 계속 해야 한다. 작년에도 성동조선 등 부실기업이 있었지만 예금보험공사와의 경영 MOU 모두 맞췄다.
기업금융은 우리가 제일 잘한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완전히 나가 떨어지기 전에 약을 먹이고 운동도 시키는 것이다. 수술할 때 되서 처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환자는 괜찮다고 하지만 의사는 안색만 보고 미리 환자를 관리해줘야 한다.
-자회사 대표 인사의 원칙은 뭔가
▶열정과 전문성이 있고 민영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CEO를 선임할 것이다. (재신임 여부는) 본인이 그런 사람인지를 스스로 알지 않겠나. 나도 알고 있다.
-자회사 CEO들에게 회장의 권한을 넘긴다고 했다
▶자율을 주고 책임은 확실하게 묻는 거다. 조직을 확대하든 슬림화 하든 CEO가 해당 회사 사정에 맞게 하면 된다. 대신 3개월 후에 실적이 안 나오면 (사장을) 인사조치하면 된다. 그런 게 회장의 역할이 아니겠나.
-우리카드 배구단 인수는 포기한 건가
▶사장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솔직히 지금 스포츠단 인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빨리 회사를 안정화시키고 일으켜야 한다. (배구단 운영에) 매년 수십억 원 이상의 돈이 든다. 근데 카드 시장 환경이 좋지 않다. 가서 응원할 정신이 있나 싶다.
-은행도 농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농구와는 이야기가 다르다. 농구는 배구 운영비용의 절반도 안 든다. 게다가 여자 농구는 우리은행과 역사를 같이 했다. 지난 1958년 국내 은행 최초로 여자 농구팀을 창단한 것이 상업은행이다.
-40여 년을 금융시장에 몸을 담은 경험자로 또 국내 최대금융그룹의 수장으로서 국내 금융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뒤쳐져 있다고 하는데, 어디가 뒤쳐져 있는가. 삼성전자 현대차와 비교하면 이해가 가는 말이지만, 국내 은행들도 동남아 시장에서 잘하고 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신흥 동남아 국가들에게는 앞으로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금융회사들이 잘못한 게 있으면 혼을 내야 한다. 하지만 잘한 게 있다면 칭찬도 해 달라. 그래야 좋은 인재가 금융시장에 유입된다. 좋은 인재가 많아야 금융산업도 더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