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금융' 개념 도입, 결국 '일자리 금융'

'사회적 금융' 개념 도입, 결국 '일자리 금융'

박종진 기자
2013.08.22 06:04

외국엔 '사회적 증권거래소'도 있는데, 국내 금융사들 사회적 기업 지원에 '무관심'

3000만원. 2010년 이후 국내 은행들의 사회적 기업 제품 구매 실적이다. 그동안 수백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거대 금융회사들이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데는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사회적 금융'(Social Finance)이란 화두를 꺼냈다. 은행은 물론 여신전문회사와 저축은행, 상호금융조합 등 모든 금융권역에 사회적 금융 활성화를 독려하고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회적 금융이란 경제적 이익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금융"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의 핵심은 일자리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듭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으며 금융당국 역시 고용 확대 방안을 고민해왔다. 여러 방안을 검토하던 중 정작 일자리 창출을 주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이 민간 금융회사의 지원을 거의 못 받고 있는 점에 착안했다.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은 7월 말 기준 856개다. 기획재정부가 인가하는 비영리 사회적 협동조합(58개)도 사실상 사회적 기업과 유사하다.

사회적 기업은 법인세·소득세 50% 감면과 취약계층 인건비 보조 등 각종 재정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금융 지원 실적은 미미하다. 기업은행이 사회적 기업 저금리 대출을 실시하고 있지만 누적 취급액이 20억원도 채 안 된다. 미소금융의 사회적 기업 대출도 신용평가가 제대로 안 되다보니 연체율이 무려 30%를 넘는다.

반면 외국은 사회적 금융이 활발하다.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해 사회적 기업에 대출해주는 '사회적 은행'(Social banking)과 사회적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시켜주는 '사회적 증권거래소'(Social Stock Exchange) 등이 마련돼 있다. 영국의 자선은행, 브라질의 상파울로 거래소(기부금 거래소) 등이 대표적이다. 싱가포르에는 사회적 기업이 발행한 지분증권을 거래하는 거래소도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2012 사회적 기업 박람회' 전경/사진=홍봉진 기자
지난해 11월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2012 사회적 기업 박람회' 전경/사진=홍봉진 기자

일단 사회적 금융의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잡았다. 사회적 기업 제품의 구매 확대와 대출·예금상품 개발, 신용평가시스템 개선 등이다.

먼저 구매 확대는 사회적 기업들의 가장 절실한 요구다. 당장 물건을 많이 팔아야 기업이 유지될 수 있고 고용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앞으로 금융회사의 구매 실적을 공개해 각종 평가 지표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미 공공기관은 고용노동부가 구매 실적을 집계해 공개하고 있다.

'1사1사회적 기업' 결연과 같은 방법도 추진한다. 수출입은행이 사회적 기업을 발굴해 금전적 기부는 물론 자체 봉사단을 꾸려 경영 자문도 해주는 게 좋은 예다.

유럽연합(EU)의 '사회적 책임 조달제도'와 같은 개념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한다. 금융회사가 각종 자원을 조달할 때 단순히 이윤극대화 원칙 외에 일자리와 같은 사회적 가치도 감안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취지다.

사회적 기업의 특성에 맞춘 금융상품도 내놓는다. 직접 값싼 이자로 빌려주거나 사회적 기업을 도울 의사가 있는 소비자의 예금을 받아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의 '우리 사랑 나누미 통장' 상품은 예금주가 이자나 원금의 일부를 법정·지정 기부금 단체에 기부하면 우대금리를 준다. 이를 사회적 기업에도 적용 가능하다.

신용평가시스템 개선도 필요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이나 투자를 진행할 때 필요한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며 "사회적 기업 여신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중장기적으로 평가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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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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