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투자자 70%, 2회 이상 '경험자'…투자자 동의서엔 섬뜩한 경고 문구 가득
'심각한 유동성 위기 직면 가능성', '지급보증 하지 않음', '자본 적정성이 매우 취약', '신용등급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
동양그룹이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할 때 투자설명서와 투자자 동의서에 들어있던 위험 고지 문구들이다. 금융감독원이 투자위험을 제대로 설명하라며 넣도록 했다.
동양그룹 개인투자자 피해로 금감원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본인이 투자책임을 져야할 일반 투자자와 불가피한 피해자를 구분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가 판매한 고수익 상품에 투자한 사람들은 예금상품인줄 알았던 과거 저축은행 후순위채 피해자들과 사정이 다르다는 얘기다.
실제 ㈜동양(966원 ▼19 -1.93%)의 회사채 투자설명서에는 투자위험요소가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지난 8월 발행분까지 모든 회사채 투자설명서에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투자적격 등급에 미치지 못해 개정된 금융투자업규정 시행시 자금조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을 적시토록 했다.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투자하는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 CP 투자자 동의서에도 경고 문구가 구체적으로 들어갔다. 고위험 투기등급을 표시함은 물론 증권사가 지급보증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차입금이 많아 재무구조가 나쁘다는 것, 유동성 확보가 불확실한 상황, 완전 자본잠식 상태 등이 다 적혀 있다.

이 같은 내용을 다 알고도 안정성보다는 연 7% 이상의 고금리를 선택한 투자자들은 마땅히 스스로의 판단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관건은 제대로 설명을 못 들었다고 주장하는 불완전판매 피해자들이다. 회사채와 CP 투자 경험이 처음인 사람들, 즉 동양그룹이 궁지에 몰린 마지막 무차별 판매할 시점에 투자했던 개인들이 문제다.
금융권에 따르면 회사채 투자자의 약 48%(1만5000여명), CP 투자자의 약 30%(4000여명)가 여기에 해당한다. 회사채 투자자의 50% 이상, CP 투자자의 약 70% 정도는 2회 이상 투자해 해당 상품의 속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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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경우도 불완전판매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주요 서류에 투자자 본인이 직접 서명했다면 직원과 대화한 녹취 파일 등에서 설명의 적절성 여부가 분명히 드러나야 하는 탓이다.
한 전직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기투자책임 원칙은 시장경제의 기본 질서"라며 "시중금리의 3배가 넘는 수익을 준다는데 위험성을 의심하지 않았다면 투자자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물론 그렇다고 금융당국이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2008년 이후 동양증권에 대한 검사를 3번이나 실시했지만 정작 위기가 본격화된 올해 들어서는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검사하지 않은 점, 투기등급 계열사 CP·회사채의 신탁재산 편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개정을 애초에 더 일찍 하지 못한 점 등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