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기금·규제강화·부가가치세 부과, 3중고…당국, 일제 점검 "부실채권 매입 허용 검토"
정당한 사유 없이 빚을 안 갚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아주는 채권추심업계가 유례없는 불황을 맞고 있다. 국민행복기금 효과로 일거리가 줄어든 데다 각종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올해 영업이익이 4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신용정보법상 최소 자기자본 요건에 미달하는 업체마저 나올 판이다.
금융당국은 영업환경 악화로 불법 채권추심행위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일제 점검을 실시 중이다. 또 채권추심업체의 수익 다각화를 위해 부실채권 매입을 허용해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채권추심업계에는 6월 말 기준 23개 회사, 1만2500여명의 채권추심인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지난해에 올린 채권추심 수수료수입은 6700억원, 수수료율은 6.1%다. 영업이익은 178억원을 올렸다.
그러나 업계는 올해 수수료수입이 6000억원에도 못 미칠 것으로 추산한다. 업체 간 경쟁심화로 수수료율도 5% 미만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예상 영업이익도 급감해 100억원을 간신히 넘는 수준으로 점쳐진다.
특히 S사 등 비은행 계열의 2개 채권추심회사는 영업부진으로 법상 최소 자기자본 기준인 30억원에 미달할 가능성이 크다. 자본 확충을 하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적자 회사도 작년보다 2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채권추심업계의 이 같은 경영악화는 먼저 국민행복기금 때문이다. 국민행복기금이 부실채권을 사들여 직접 채무조정을 하면서 추심회사를 통한 채권추심이 줄어들었다. 그나마 국민행복기금이 일괄 매입한 9조9000억원 중 9조3000억원을 추심업체에 위탁했지만 위탁수수료율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낮아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국민행복기금 출범에 따른 추심업계의 직접적 손실(수수료 수익)만 200억원 가까이 된다. 추심채권 감소액에 평균 회수율을 곱해 채권회수액 가정치를 산출하고 다시 평균 추심수수료율을 곱해 실제 수익 감소분을 추산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 도입 추진 등 각종 법적 규제도 추심업체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민병두 의원(민주당)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채무자가 변호사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한 경우, 채권추심회사의 채무자 접촉이 제한된다.
불법 채권추심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가 있지만 남용되면 채권자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가 침해될 수 있다. 아울러 정작 보호받아야할 취약계층은 돈이 없어 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밖에 채무자 주소지 열람을 제한하는 안전행정부의 조치 등도 채권추심업체의 활동을 제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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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추심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10%) 면제 유예가 지난해 말 종료된 영향도 적지 않다. 금융그룹의 자회사들은 부가가치세만큼을 모회사로부터 추가로 받지만 비은행권 채권추심업체들은 고스란히 부가가치세 부담을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당국은 업계 사정이 나빠질수록 불공정 채권추심 행위가 빈발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집중 점검에 나섰다. 우선 이달까지 금융회사의 각 협회와 중앙회 등 권역별로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 이행실태를 전면 점검한다. 가이드라인은 채권추심 독촉횟수를 하루 3회로 제한하고 방문 전 사전통지 의무화, 취약계층 유체동산(가구·가전제품 등) 압류 제한 등을 포함한다.
또 채권추심회사가 부실채권을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상태)도 검토한다. 채권추심회사가 부실채권시장에 신규 진입하면 대부업체로 부실채권이 유입되는 걸 줄여 불법채권추심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부업체도 부실채권을 매입할 수 있는데 당국의 감독을 받고 있는 신용정보업체는 못하게 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다만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상 부실채권 매입이 추심보다 더 이익이 날 수 있기 때문에 본연의 채권추심업무보다 매입에 더 치중할 공산이 크다. 자사 소유의 부실채권을 받아 내다보면 무리한 추심행위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매입이 허용되더라도 일정한 한도 등이 설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