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한방치료비 지급액 4년새 3배 증가, 나이롱환자 양산·보험사기 등 부작용 우려
#. 최근 교통사고를 당한 직장인 박모씨는 왼쪽 골반이 욱신거려 직장 근처에 있는 한의원을 찾았다. 한의원 입구에는 '자동차보험 가입자 필독서'라는 안내책자가 놓여 있었는데, '합의금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합의를 바로하지 말고 끝까지 버텨야 한다' 등의 자극적인 문구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한의사는 "어차피 치료비는 보험금으로 다 처리된다"면서 "한의원에 매일매일 나오라"고 독려했다. 환자 의사도 묻지 않고 첫 날에 첩약을 처방하고 고가의 약침도 권했다. 박 씨는 한번 치료 받는 데 한 시간 넘게 걸리다보니 치료를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

한의원들의 주 수입원이었던 한약 수요가 줄어들자 한의사들이 교통사고 환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의원들은 100% 보험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환자들에게 고가의 치료와 한약을 권하고 있다. 결국 자동차보험금으로 나가는 한방치료비가 급증하게 되면서 보험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2012년4월~2013년3월) 자동차보험 청구금액 가운데 한방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5~16%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한방치료비 비중은 2009년 3.7%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엔 11.3%로 치솟았다. 이 기간 지급한 한방치료비 관련 보험금은 114억원에서 319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현대해상의 한방치료비 비중도 2009년 5.5에서 지난해 12.1%로 늘었다. 한방치료비는 88억원에서 218억원으로 뛰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방치료비가 급격히 늘어난 배경엔 한의원의 적극적인 '영업'이 한몫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한약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보니 동네 한의원들까지 너도나도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아예 '교통사고전문', '교통사고 클리닉'이란 간판을 내 걸고 영업을 하거나 '교통사고환자는 자기 부담 없이 100% 치료가 가능하다'는 안내판까지 붙여놓는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대형 한방병원 뿐 아니라 동네 한의원들까지 입원실을 갖추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교통사고 환자를 더 많이 받기 위한 방편이라는 얘기다.
보험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양방 치료에 비해 한방 치료비가 2~3배가량 더 드는 탓이다. 현대해상은 통원치료 시 한방 치료비로 4만6673원을 지급한다. 양방치료비 2만8699원 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통원치료 기간도 양방치료는 평균 4.7일이지만 한방은 13.7일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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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들이 경쟁적으로 환자 유치에 나서면서 과잉진료를 하거나, 나이롱환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아 문제다. 양방은 자동차보험 해당 항목이 확연히 구분되지만 한방은 부황, 약침 등이 '기타항목'으로 표기 돼 실제 교통사고 치료를 했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첩약이 필요하면 2~3일 지나 처방을 해야 하는데, 환자가 오자마자 의사도 묻지 않고 20~30만원하는 첩약을 처방하는 사례도 많다"면서 "본인 부담비가 없으니 환자들도 한의사가 권하는 대로 다 받게 된다"고 말했다.
박중묵 현대해상 보험조사부 부장은 "최근 들어 일반 정형외과 보다는 한의원을 중심으로 (보험사기와 관련해)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경찰과 공조해 한의원 기획수사를 자주 나가는 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