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마케터 절박한 호소 통했다···'영업중단' 조기 해제 추진

텔레마케터 절박한 호소 통했다···'영업중단' 조기 해제 추진

권화순, 권다희, 신수영 기자
2014.02.03 18:36

TM고용 일주일째 '무대책', "실업급여도 못받아" 울분

금융당국이 텔레마케팅(TM) 영업금지 해제를 서두르고 있다. TM영업 금지 조치로 6만 여명에 달하는 텔레마케터(TMR)의 생계가 매우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TM 등 비대면 신규모집이 금지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이들의 고용안정과 소득보전 등을 위한 '묘안'을 제시한 금융사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오히려 '빌미는 카드사가 제공했는데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TM영업이 피해를 입게 됐다'는 반발만이 드높다.

3일 보험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TM 인력활용 및 고용안정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일부 보험사들은 내일(4일)까지 금융당국에 TMR 인력 활용 방안을 보고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고민이다.

TMR의 급여는 100만원 안팎의 기본급에 영업실적과 연계해 정해지는 수당으로 구성된다. 기본급이 거의 없는 곳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실적이 없는' TMR에게 'TM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때'의 수준을 맞춰 소득을 보전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금융사 "지난 일주일은 당황의 연속"= 물론 TMR들에게 150만~200만 원을 지급할 것을 결정한 '통 큰' 보험사가 있기도 하다. TM 영업 비중이 높은 D보험사는 이날 TMR에게 평균 1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별도로 월 50만~500만원의 직급수당을 주기로 결정했다. 전달 실적을 기준으로 수당을 지급키로 한 것인데, 이 비용만 15억원이 들 전망이다.

다른 금융사들은 업무가 사라진 TM 조직을 운영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아웃바운드(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영업) TMR들을 인바운드(고객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응대) 등 다른 업무에 배치하고 교육을 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노는 인력'을 활용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회사 당 1000명이 넘는 아웃바운드 인력을 일시에 다른 업무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우선 지난주부터 상품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앞으로 계획은 오리무중"이라고 말했다.

임금을 보전해줄 경우도 문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는 금융사의 비용부담으로 돌아와 보험료 인상의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비를 가져와 임금으로 쓰게 되면 보험료가 오를 수 있고, 이러면 또 당국에서 보험료 인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설연휴 끝나도 출근 못하는 TMR=실제 영업 현장의 분위기는 암울하다. 대다수 TMR들이 출근은 해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를 옮기려 했지만, '자발적 실업자'라 실업급여를 받지 못할 처지에 놓인 사례도 나왔다.

한 카드사 외주업체를 통해 채무면제·유예상품(DCDS) TM 영업을 하는 A씨는 이날 아침 회사에서 '오늘 하루는 쉬고 내일 출근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지난주 '설 연휴가 지나고 월요일에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은 데 이어 이날 하루를 더 쉬게 된 것이다.

TM 비중이 70% 이상으로 높아 이번 영업중단 조치에서 제외된 7개 보험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TM 전문 보험사의 TMR인 B씨는 이날 아침 출근을 했다가 회사에서 "일단 집에 가서 4일까지 쉬라"는 통보를 받았다. B씨는 지난달 27일과 28일에도 출근은 했지만, 시간만 보내다가 점심때 퇴근을 했다.

"앞으로의 상황을 몰라 더 막막하다"는 게 이들의 심정. A씨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몰라 더 걱정"이라며 "출근이라도 해봐야 상황을 알 것 같은데, 내일 출근을 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사를 옮기려 해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한 중소형 보험사에서 정규직 TMR로 일하는 C씨의 경우, 고용노동부에서 '구직 기간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고 상심했다. 구조조정 등으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둔 경우(비자발적 실업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TM 영업중단에서 예외를 인정받은 보험사 7곳(라이나생명,AIG손보, 에이스손보, 악사손보, 에르고, 더케이손보, 하이카다이렉트)을 둘러싼 특혜 시비마저 붙는 양상이다. 보험업법 상 통신업으로 90% 이상의 건수 및 수입보험료를 올려야 '통신전문회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만큼 당국이 제시한 '70%'는 보험업법에도 맞지 않는 '임기응변'식 대책이란 지적이다.

이러다보니 금융당국이 성급한 조치로 TMR의 고용불안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거셀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일주일은 한마디로 당황의 연속"이라며 "제도가 바뀌면 입법예고라는 것도 있는데, 26일 오후에 결정해 27일부터 바로 밀어붙여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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