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12년 女박사, 아직도 적응 안되는 '립서비스'

탈북 12년 女박사, 아직도 적응 안되는 '립서비스'

박종진 기자
2014.02.14 05:30

[인터뷰] 김영희 정책금융공사 북한경제팀장

김영희 정책금융공사 북한경제팀장/사진제공=정책금융공사
김영희 정책금융공사 북한경제팀장/사진제공=정책금융공사

"북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북한이 변화한다면 개발금융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희 정책금융공사 북한경제팀장은 업무 방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 팀장은 탈북 여성 출신이다. 2002년에 탈북 해서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북한 정준택원산경제대학을 나온 경제 전문가로서 북한에서도 회계 관련 일을 했다. 김 팀장은 우리나라에서도 공부를 계속했다. 경남대 북한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2007년부터 산업은행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했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분리 과정에서 북한경제 연구 업무가 정책금융공사로 넘어왔고 김 팀장도 함께 소속을 옮겼다. 2013년에는 동국대에서 박사학위도 받았다. 탈북자 출신 박사로서 정책금융기관의 관리자(팀장)를 맡고 있는 예사롭지 않은 이력이다.

김 팀장은 일단 북한이 변화를 맞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진단한다. 김 팀장은 "올해 김정은 정권이 추진하려는 방향은 농업, 건설, 수산업 강화"라며 "농업은 비료, 전기 등 사회간접시설의 제약 때문에 큰 성과가 어려울 수 있지만 건설과 수산업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대적인 변화는 아니더라도 경제를 살려야한다는 방향은 명확하다는 얘기다. 김 팀장은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하려는 것"이라며 "비록 한계가 있고 그 수준이 낮지만 내부 경제개혁과 대외 개방을 시작하고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변화의 시기를 맞아서 정책금융의 역할을 고민하는 게 김 팀장의 주 업무다. 정책금융공사는 북한 인프라와 지역개발 관련 검토, 통일 재원마련과 통일 후 개발전략 등을 연구한다.

김 팀장은 "중국하고 북한이 신의주에서 개성까지 380km 철도건설을 합의했는데 이런 산업 인프라 쪽은 우리 정부가 해야 할 몫으로 볼 수 있다"며 "인프라는 물론 다른 산업 부문도 개발금융으로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에 들어온 지 12년이 됐지만 여전히 적응이 어려운 점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대인관계, 그중에서도 '립 서비스'다. "명절 지나고 한번 보자", "다음에 밥 한번 먹자"라는 '흔한' 인사가 아직도 진짜 만나자는 건지 그냥 인사치레인지 헷갈린다.

김 팀장은 "북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이분법적이고 표현도 직설적이다"라며 "아니면 아니고, 옳으면 옳고,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은 것이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의 립 서비스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오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예컨대 탈북자에게 어떤 사람이 지나가는 말로 "취업을 알아봐줄게요"라고 했다면 이 탈북자는 실제로 며칠 안에 연락이 올 줄 알고 기다린다는 것이다. 연락이 없으면 '나한테 거짓말을 했구나, 내가 탈북자라고 무시하고 속였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만큼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이 쌓인다.

조직문화도 남과 북이 많이 다르다. 김 팀장은 "북한은 과장 등 책임자가 지시하면 토 달지 말고 무조건 집행해야 한다"며 "반면 여기는 권위적인 게 별로 없이 상사라도 부하직원과 편한 관계로 지내는 것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탈북자 출신 '팀장'으로서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 팀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대하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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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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