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성' 사외이사 물러났다…자회사 '헐값' 논란 "배임 아냐"

올해 금융권 최대 이슈인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과 지방은행 등 주요 자회사의 매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민영화의 '본체'로 평가받는 우리은행 매각방안도 좁혀졌다. 민영화의 최종 키를 쥔 우리금융 이사회는 요즘 한층 발언권을 높이는 모습이다.
새 이사회 의장이 된 박영수 사외이사(현 법무법인 강남 대표변호사)의 '역할'을 금융권이 주시하는 이유다. 과거 대검 중수부장과 서울 고검장 등을 지낸 박 의장은 지난해 2월부터 우리금융의 사외이사로 일했다. 그는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와 이사회가 대립할 때마다 중재와 대안 제시를 도맡아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의장은 지난 26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민영화 최대 난제로 떠오른 국회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발목잡기'와 관련, "14년째 표류했던 우리금융 민영화는 단순히 1개 금융사의 매각 차원이 아닌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국회는 당리당략이나 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대국적 차원에서 조특법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의장과의 일문일답
-우리금융 이사회는 계열사 매각 과정과 경남·광주은행 매각을 위한 분할조건 변경 (조특법 불발시 분할 철회) 과정에서 정부 입장과 마찰을 겪으며 다소 '강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가장 '강성'이라고 평가받는 사외이사들은 물러났다. 공적자금위원회가 공적자금 회수와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과제를 달성해야 하는 임무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금융 이사회는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다 신중히 의사결정을 한 것일 뿐 정부와 입장을 달리 하거나 민영화의 방향에 근본적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정부 방침에 가능하면 협조하려고 한다.
-이사회는 우투증권 패키지(증권+우리저축은행·우리아비바생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NH농협금융지주에 대해 저축은행의 가격 인상을 선정 부대조건으로 명시했다.
▶이사회가 저축은행에 대해 가격 인상을 요구한 것은 농협금융이 제시한 가격이 미흡해 보이고, 이사의 책임을 다하고 회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농협금융과 지속적으로 협상을 진행해 머지않아 좋은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특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몇 차례 표류한 데 이어 4월 국회에서도 통과 가능성이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예금보험공사와 우리금융은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여야 의원을 개별 접촉해 개정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고, 여야 의원들도 모두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2월 임시국회에서 조특법을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과거 야권 인사들에 대한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의 트위터 글로 인해 민주당 기재위원들이 의사일정을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14년째 표류했던 우리금융 민영화는 단순히 1개 금융사의 매각 차원이 아닌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다. 국회는 당리당략이나 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대국적 차원에서 4월 국회에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며, 그럴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업 전반의 불황으로 우리금융 각 자회사의 매각 및 예상 가격이 장부가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 이사회 구성원들도 '배임' 등 책임 추궁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매각 가격은 현실적으로 접촉이 가능한 거의 모든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해 공개경쟁 입찰을 실시한 결과 형성된 가격인만큼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반영한 시가로 볼 수 있어 배임 논란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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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우리금융 민영화의 시간표를 지키는 것, 공적자금의 조기 회수를 민영화 추진의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2001년 우리금융 출범 후 14년째 민영화가 지연되고 있는 만큼 공자위가 작년에 발표한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의 시간표는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공적자금 조기 회수와 더불어 한국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큰 그림에 대해서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 방침에 이사회도 최대한 협조하겠지만, 막무가내로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은행 매각 과정에서 외국계 투자 자본에게도 참여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입찰을 실시하기도 전에 외국계 투자자본 허용 여부를 거론하는 것은 정부가 특정 입찰자를 염두에 두고 입찰을 진행한다는 오해를 받거나, 국제사회로부터 해외자본을 차별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단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제한 없이 입찰을 실시한 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에 대해 중간평가를 해 본다면?
▶일부 자회사 매각 협상은 상당히 진척됐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원래의 민영화 계획은 다소 지연됐고, 앞으로도 조특법처럼 예상치 못한 장애나 난관이 있을 것이다. 지방은행 인적분할·매각과 증권계열 매각 등 모두가 결국 민영화의 '본체'인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한 과정인 만큼, 민영화 이후 우리은행이 어떻게 성장·발전할 수 있는가에 보다 방점을 둬야 한다.
-우리금융은 민영화 등 많은 과제가 쌓여 있고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사외이사 보수도 적은 편이다. 우리금융 이사를 맡게 된 이유는?
▶과거에는 사외이사 제도에 '거수기'라는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친분이 있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부탁을 해 왔다. 우리금융은 일반 금융사가 아니라,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일으켜 세운 국가의 은행이기 때문에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이니 꼭 맡아 달라'는 당부였다. 그래서 맡게 됐다.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된 것도 우리금융 민영화를 마지막까지 '결자해지' 하겠다는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