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방선거, 그리고 김광수

[기자수첩]지방선거, 그리고 김광수

박종진 기자
2014.06.05 18:02

"OOO 시장 부인한테 80만원 떼였어" 지인의 하소연이다. 사연은 이렇다.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지인의 부인은 A시장 부인의 사무실과 같은 건물 같은 층을 쓴단다. 문제는 A시장 부인이 사무실 임대료를 안내면서 생겼다. 각종 공과금을 층별로 내는 터라 지인의 부인 업체가 나중에 받기로 하고 몇 달씩 밀린 공과금을 대납해 준 것이다. 그러나 시장 부인과는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고 아직 돈을 못 받고 있다는 얘기다. A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화려하게 재선에 성공했다.

"측근이 다 해먹었지, 시(市)에서 쓰는 인쇄물 하나까지 특정 업체에 몰아줬어" B시의 사정에 정통한 모 인사는 사석에서 분통을 터트렸다. 그동안 B시 시장 측근들의 횡포가 대단했다고 말했다. 자잘한 이권 하나하나에까지 개입해 제 뱃속을 불렸다고 비난했다. 해당 시장은 결국 이번 선거에서 접전 끝에 낙선했다.

투표로 선출된 공직자는 일반 직업 관료와 차원이 다르다. 주기적으로 선거라는 관문을 통과해야하는 '치명적' 단점이 있지만 적어도 임기 중에는 절대적 권한을 행사한다. 특히 어지간한 추문이나 비리 따위에는 굴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명확한 증거가 드러나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자리를 내놓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직업 공무원이라면 감찰에 감사에 큰 곤욕을 치를만한 사항도 선출직 공무원은 종종 비켜간다. 국민이 직접 뽑아줬다는 명분이 그만큼 강력하고 절대적이다.

선거라는 정기적 심판이 없는 직업 관료는 어쩌면 더욱 엄격한 잣대로 관리돼야할 수도 있다. 법과 제도가 기준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선출직 공무원들이 국민의 선택이라는 뒷배아래 때로는 이런저런 허물을 덮고 넘어간다면 직업 관료에게는 정해진 원칙이 최후의 보루가 돼줘야 한다. 적어도 억울한 일은 막아줘야 공평하다.

한 1급 관료가 곧 공직을 떠난다. 그는 누명을 쓰고 옥고까지 치렀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29개월 만에 복직했다. 이 사회의 법과 제도가 억울함을 만천하에 밝혀줬다. 그러나 청와대는 끝내 보직을 주지 않았다. 그는 무 보직 상태에서 6개월을 기다리다 후배들을 위해 사표를 냈다. 결국 사법부의 최종판단이 무시된 셈이다. 직업 관료를 관리하는 기본 룰이 무너졌다. 제2의 김광수(전 금융정보분석원장)가 또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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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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