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금저축은 5년 이상 돈을 넣어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는 대표적인 노후 상품이다. 세제혜택도 쏠쏠해 '노후대비'와 '세테크'를 겸비한 상품으로 꼽혔다. 그런데 요즘 연금저축 가입자들 사이에서 월 납입보험료를 줄이는 '감료'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올해부터 연금저축의 세금절감 효과가 이전보다 크게 줄자 월 불입액을 줄여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고 있는 것.
연금저축은 '연말정산의 꽃'으로 불릴 만큼 세제혜택이 컸다. 연간 400만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가 이루어진 까닭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개정 세법에 따라 과세표준 1200만원(연간 근로소득 3000만원 정도) 이하에 속하는 근로자들은 세제혜택을 더 많이 받게 된 반면, 120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는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세금혜택이 일제히 줄었다.
물론 세법개정안이 처음 나왔을 때 반대가 적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노인빈곤율 최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 등을 고려할 때 노후준비 상품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가 바람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서도 세법을 개정한다면 세액공제율을 12%에서 15%로 올릴 것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들어 연금저축 가입 실적이 둔하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저소득층은 늘어난 세제혜택에도 불구하고 연금저축을 늘릴 여력이 없고, 연소득 3000만원 이상의 근로자들은 혜택 축소로 연금저축 가입을 꺼리거나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기 위한 '감료'에 나서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의 연금시스템은 겉으로 보면 여느 선진국과 다름없다.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에 이어 2005년 기업의 퇴직연금이 도입되면서 형식적이나마 3층의 그럴싸한 연금체계를 갖췄다. 그러나 하나 하나 따져보면 문제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노후보장의 1층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퇴직전 소득대비 연금액비율)이 서구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칠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앞으로도 연금수령 시기는 더욱 늦춰지고 수령액도 쪼그라들 것으로 우려된다.
노후보장의 2층을 떠 받치고 있는 퇴직연금도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다. 불과 9년 만에 적립금이 85조원, 가입자 수가 500만명으로 늘었지만, 이들 대부분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근로자다. 퇴직연금은 퇴직금을 회사 밖 금융기관에 적립해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 등으로 지급함으로써 근로자의 노후계획을 돕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정작 퇴직연금이 필요한 소기업과 영세기업 대부분은 아직도 과거처럼 사내에 퇴직금을 적립하고 있다. 회사가 부도나면 근로자들은 퇴직금을 떼일 수 있는 처지다. 노후보장의 마지막 보루인 개인연금 역시 미흡하기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개인연금 가입률은 2011년 기준으로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12.2%에 그치고 있다. 앞서 살폈듯이 개인연금의 대표격인 연금저축은 세제혜택이 줄자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정부가 국민들의 노후를 모두 책임질 수 없다.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천문학적인 사회보장비용을 감당할 능력도 없다. 그러니 국민 스스로 노후를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예컨대 연금에 가입할 여력이 없는 면세점 이하 저소득층에겐 독일처럼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노후준비가 부족한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 출생)에겐 미국의 예처럼 한시적 세제혜택을 주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또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중소기업과 영세업체의 퇴직연금 가입을 적극 유도하고, 연금시스템의 사각에 놓여 있는 영세 자영업자와 전업주부 등에 대한 지원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