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발표된 자동차보험 할인할증제도 개편안을 두고 보험업계의 불만이 작지 않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개편작업은 9개월이란 긴 기간이 소요됐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제도 도입 취지가 많이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할인할증제도는 지난 1989년부터 현재까지 대인, 자기신체, 물적사고 등 사고 내용과 사고 크기(심도)에 따라 건당 0.5점~4점까지 차등적으로 점수를 부과하는 점수제가 유지됐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2018년 건수제가 도입되면 사고 크기와 심도는 중요 고려사항이 되지 않는다. 단순히 사고 건수에 비례해 보험료를 더 내게 된다.
"과거에 사고를 많이 낸 사람이 미래에도 사고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하에 사고발생 위험도에 상응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 점수제 보다 건수제가 보험원리에 적합하다는 게 보험사들의 설명이다. 실제 점수제 하에서 단 한번의 사고를 냈는데 하필 외제차를 들이 받았다면? 일부로 외제차를 골라 사고를 낸 것도 아닌데 다음해 보험료 폭탄을 맞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점수제는 산정방식이 복잡하다보니 전문가가 아닌 이상 어떤 식으로 점수가 반영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반면 건수제는 사고에 비례해 보험료가 오르니, 일반인도 자신의 보험료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운전자 스스로 안전운전에 신경을 쓰게 되고 자연스레 사고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금감원이 발표한 최종안에는 1회 사고 가운데 50만원 이하 소액사고는 1등급만 할증되고 첫사고는 2등급만 오르도록 했다. 2회 사고부터 사고건수에 비례해 3등급씩 오른다. 당초엔 사고규모나 횟수에 상관없이 3등급씩 할증키로 했다. 시행 시기도 2년 늦어진 2018년으로 늦춰졌다. 이는 소액사고로 보험료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탓이다.
자동차사고의 68%를 차지하는 소액사고에 예외를 둘 경우 '사고 위험도에 맞게 보험료를 책정하자'는 당초취지는 많이 퇴색할 수밖에 없다. 또 선진국 대비 높은 교통 사고율을 안정화 시키자는 목표달성도 좀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사고를 많이 낸 사람에게 더 받은 보험료만큼, 80%의 무사고자에게 보험료를 할인해 주겠단 말도 옹색해졌다. 실제 무사고 운전자 할인폭은 당초 4%대에서 2.6%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