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차피 모두가 알게 될 텐데 시차를 두고 공개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사실 1등급 금융회사 공개에 대해서도 고민과 논란이 많았습니다(한 금융감독원 관계자)."
얼마 전 금감원이 지난해 금융사의 민원건수와 해결노력 등을 평가한 '민원발생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를 두고 금감원은 물론 금융권 안팎의 의견이 분분하다. 우수 등급(1등급)을 받은 금융사만 공개하고 하위 등급(2∼5등급) 금융사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전체 회사의 민원평가 등급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지난 2002년 첫 발표 이후 처음이다. 금감원이 이 같이 민원평가 하위 등급을 숨겨 준 것은 명단공개가 금융사의 부담이 된다는 지적에서다. 하위등급을 받은 금융사들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름을 공개하는 '망신주기'식 발표보다는 금융사의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는 금감원 고위관계자들의 시각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금감원의 설명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가 아닌 금융사의 '체면 살려주기'를 우선 선택한 것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소비자들은 많은 정보를 가지고 금융사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사 홈페이지에 곧 공개가 된다고 하는데 인터넷 사용이 쉽지 않은 어르신이나 장애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은 민원평가 등급이 있다는 것도 알기 어려울 것이다.
소비자들이 알아야할 정보를 가리면 가릴수록 괜한 오해가 쌓이기 마련이다. 금감원은 이미 민원이 많은 금융사에 붙이던 '빨간 딱지'를 없앴다. 대신 금감원은 5등급을 받은 금융회사는 현장 점검을 나가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유도하고, 금융사의 소비자보호 정도를 종합 평가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민원평가에서 금감원은 스스로 금융소비자의 알권리를 먼저 막았다. 소비자들은 금융거래를 하면서 여전히 금융사에 대한 불만이 많다. 금융사들이 불공정한 제도를 개선하고 올바르고 충분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해 안전하고 편리한 금융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역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