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대우조선 사태를 보는 프레임

#하이닉스, 현대건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대표기업이지만 채권단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미 문을 닫았을 회사들이다. 하이닉스는 한때 채권단도 포기하고 해외 팔려고 내놓았던 회사였다. 하이닉스 해외 매각을 놓고 TV 토론이 벌어졌던 것을 기억하는 이들은 이제 별로 없다.
정부의 압박이든, 스스로의 판단이든 채권단은 하이닉스와 현대건설을 버리지 않았다. 그 결과는 대박이었다. 두 회사가 정상화되고 새 주인을 찾으면서 채권단은 출자전환한 주식으로 짭짤한 이익을 올렸다.
은행들은 영업이익이 감소하면 두 회사 주식을 시장에 팔아 이익 감소분을 메웠다. 지난 5월엔 수익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외환은행이 하이닉스 주식을 팔아 1000억원을 마련했다. 모 은행장은 연임 여부가 걸린 본인 임기 말에 팔려고 아껴두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기도 했다. 두 회사는 은행들의 히든카드였다.
#언제부턴가 하이닉스, 현대건설 같은 '효자' 구조조정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매년 적지 않은 기업들이 워크아웃, 자율협약 등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지만 왜 하이닉스, 현대건설 같은 기업이 나오지 않을까.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이제는 과거 방식의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하이닉스, 현대건설이 채권단의 관리를 받던 시절, 기업들은 대부분 은행에서 돈을 빌려 썼다. 유동성 위기가 닥치면 은행들이 모여서 출자전환하고 이자율 낮춰주고 대출상환 연장해주면 구조조정이 됐다.
지금은? 기업들은 은행에서만 돈을 빌리지 않는다. 자본시장이 발달하면서 회사채 등 다양한 구조의 시장성 차입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은행들끼리 이자 깎아주고 만기연장해 줘서는 회사의 재무구조가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이 수년간 수조원의 부실을 숨겨 온 사실이 드러났다. 산업은행 책임론이 거세다. 대주주로서 최고재무책임자(CFO)까지 파견해 놓고 수년간 은폐된 부실을 몰랐다는 이유에서다.
산업은행은 사실상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최후의 보루다. 산업은행 민영화를 백지화하고 다시 국책은행의 기능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는 기업도 산업은행이 가장 많다. 이미 채권단과 함께 재무구조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동부, 한진, 금호아시아나, 동국제강, STX, 대우건설 등의 주채권은행이 모두 산업은행이다. 수많은 구조조정 경험으로 노하우가 가장 많은 은행이기도 하다.
그런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시장에 돌려보내지 못하고 10년 넘게 끌어안고 있다. 수년간 숨겨진 부실도 몰랐다. STX그룹은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은지 얼마 안 돼 무너졌다. '천하의 산업은행'이 나서도 안 되는 구조조정의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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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사태는 산업은행, 나아가 주채권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주는 징후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제2의 대우조선을 막기 위해선 '대주주와 자회사'가 아닌 '주채권은행과 기업'의 프레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