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한국 은행들만 호봉제 고수..성과연봉제 도입 서둘러야"

"유독 한국 은행들만 호봉제 고수..성과연봉제 도입 서둘러야"

대담=권성희 금융부장, 정리=권화순 기자, 사진=홍봉진
2016.06.08 04:42

[머투초대석]하영구 은행연합회장, "금융공기업보다 상업은행의 성과연봉제가 더 시급"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지난 3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은행권 성과연봉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진=홍봉진 사진부 기자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지난 3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은행권 성과연봉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진=홍봉진 사진부 기자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수익성을 추구하는 상업은행들은 진작에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어야 했습니다. 최근 금융공공기관이 상업은행보다 먼저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는데 사실 앞뒤가 뒤바뀐거죠."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은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9개 금융공공기관이 지난달까지 모두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한데 대해 "민간 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이미 늦었다"고 잘라 말했다. 또 "국내 은행의 수익성은 전세계에서 100위권"이라며 "한국의 경제 규모를 생각할 때 은행의 경쟁력은 극히 낮은 수준으로 호봉제는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호봉제는 전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있는 제도"라며 "영어에는 아예 호봉제에 상응하는 단어가 없어 '호봉'이라고 말하고 개념을 설명해야 하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도 못한다"고도 지적했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으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과 산별교섭을 벌이고 있는 하 회장을 지난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만났다.

-국내 기업 대다수가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며 성과연봉제가 일반화하고 있는데 유독 은행에만 성과연봉제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은행별로 1~2급 또는 1~3급의 간부급에 대해서만 집단평가와 개인평가를 실시해 일부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임금체계는 호봉제에 근간을 두고 있어 성과에 관계없이 근속연수가 늘어나면 자동적으로 급여가 올라가게 된다. 노사가 협상한 임금인상률이 3%라고 하면 호봉 상승에 따라 임금이 1.5~2%가량 올라가 전체 임금인상률은 4.5~5%가 되는 식이다. 아무리 큰 성과를 냈어도 젊고 근속연수가 짧으면 성과가 나쁘더라도 나이가 많고 근속연수가 긴 고참 직원보다 연봉을 적게 받아야 한다.

-호봉제는 어떻게 국내에 정착됐나

▶우리는 일본에서 호봉제를 배웠는데 일본은 이미 1960년대 후반부터 호봉제를 폐지하기 시작해 지금은 다 없어졌다. 일본 은행들도 한국식 호봉제는 운영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호봉제라는 임금 체계를 갖고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또 제조업체의 경우 대부분 주인이 있는데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때문에 은행의 감시를 받는다. 실적이 나쁘면 은행이 여신 분류를 낮추고 여신을 축소하니 기업은 실적 개선을 위해 임금체계를 효율적으로 개선한다. 하지만 은행들은 대부분 주인이 없는데다 효율성을 감독하는 곳도 따로 없어 지금까지 계속 호봉제를 고수해온거다.

-같은 금융업종인데 증권사나 보험사는 이미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고 있다.

▶증권쪽은 주식거래 매매 수수료 의존도가 높다. 주식시장이 좋으면 수익이 늘고 나쁘면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다. 증권업은 "1년 벌어 3~4년 먹고 산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인건비를 고정비 성격으로 갖고 갈 수가 없었다. 보험사는 보험 모집인을 통한 영업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전체 임금체계가 모집인 급여에 연계돼 임금체계의 유연성이 확보됐다. 은행은 과거 고성장·고금리 상황에서 임금체계 개선에 대한 시급성이 덜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저성장·저금리 상황이라 매년 인건비가 늘어나는 호봉제로는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

-은행산업이 위기라고 하는데 비탄력적인 임금체계도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나.

▶지난 10년 동안 은행권 세후 순이익은 4분의 1로 줄었다. 같은 기간 동안 총수익이 연평균 2.2% 늘어나는 동안 총관리비용은 4.6% 증가했다. 총관리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게 인건비다. 인건비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5.6%나 증가했다.

-사용자협의회가 이번 산별교섭에 내놓은 안건 중 하나가 신입직원의 초임 조정이다.

▶초봉 조정은 중요한 부분이다. 청년실업률이 10%대를 넘었다. 그만큼 시장에 우수 인력이 많은데 일자리는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호봉제하에서는 은행이 신규인력을 많이 뽑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은행 초임은 시장의 수요·공급을 반영하지 않는다. 그 해 임금 협상으로 임금인상률이 결정되면 거기에 '호봉초'라는 초봉이 자동 결정된다. 이 결과 은행은 매년 초임이 자동으로 올라간다. 전세계에서 인정하는 한국 최고의 기업인 삼성전자의 초봉이 4200만원인데 은행 초봉은 5000만원이다.

-금융노조는 금융업 특성상 객관적인 성과 평가가 어렵다며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데.

▶글로벌 은행들은 모두 개인평가에 따라 성과연봉제를 운영한다. 선진국 은행과 한국 은행의 업무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왜 우리는 개인평가가 어렵다고 하는가. 게다가 모든 사람들이 100% 동의하는 성과평가는 불가능하다. 최대한 공감할 수 있는 평가를 하는 게 중요하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가 쉬운 해고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건 논리 비약이다. 성과평가는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자는 거다. 성과가 나쁜 저성과자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별개 문제다. 다만 저성과자가 있으면 조직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전체 분위기가 안 좋아지니까 성과를 회복시켜 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자는 건데 이것을 쉬운 해고로 연결시키는 건 너무 나간 얘기다.

-노사 협상에서 4가지 안건을 내놨는데 이 중 양보할 수 있는게 있나.

▶임금동결, 성과연봉제 도입, 초임조정을 통한 신규채용 확대, 저성과자 관리방안 도입 등을 제시했는데 사용자협의회 입장에서 모두 중요하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지난 3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사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홍봉진 사진부 기자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지난 3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사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홍봉진 사진부 기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은행 부실채권비율이 5년만에 최대로 상승했다. 시중은행이 받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이 13%를 상회하고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비율도 상당히 높아 당장 구조조정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은 아니다. 시중은행들은 조선·해운업에 대한 여신도 많지 않다. 다만 문제가 되고 있는 조선사와 해운사의 협력업체들이 어떻게 될 것이냐가 문제다. 단순히 조선과 해운업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산업분야도 구조조정이 필요해지면 은행이 받는 타격도 상당할 것이다. 은행의 ROA(총자산순이익률)가 그나마 0.4% 수준으로 나오는 것은 대손비용이 적어서인데 수익성이 워낙 낮아 위기에 대한 버퍼(완충)가 충분하지 않다.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진 것은 저금리 때문인가.

▶저금리는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모든 은행에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미국 은행은 ROA가 1%고 국내 은행은 0.4%밖에 안된다. 미국 금리가 더 낮은데 국내 은행보다 수익성이 높은 것을 보면 저금리로 다 설명이 안된다. 그래서 다른 원인을 찾아보면 국내 은행은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어 경영여건이 좋으나 나쁘나 인건비는 계속 늘어나는 구조라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수수료 수준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계속 올린다"고 비난을 받는데 가산금리는 미국이 훨씬 높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한국은 기준금리가 2.5%고 미국은 0.25%인데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미국이 우리보다 0.8%포인트 정도 더 높다.

-은행 수수료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

▶은행업을 독자적인 사업으로 보지 않는 정서가 큰 몫을 한다고 본다. 가산금리나 수수료는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ATM(자동화기기)에서 한 거래를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1000원이라면 실제 수수료는 절반 밖에 안된다. ATM을 운영해봤자 손해가 나니 은행 ATM은 계속 줄고 있다. ATM이 줄면 소비자들은 불편을 감수하거나 3배 더 높은 수수료를 내고 편의점에 있는 현금출금기를 이용해야 한다. 가산금리도 마찬가지다. 가산금리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은행은 대출을 제공하는 고객의 범주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은행 서비스를 못 받는 고객은 결국 제2금융권으로 넘어가야 한다.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은행연합회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은행연합회와 금융연구원, 금융연수원이 함께 고민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해외 진출과 관련한 컨설팅을 해주고 금융연수원은 글로벌 인재 양성을 돕는다. 은행연합회는 민간 금융외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몽골과 금융포럼을 진행했고 이달에는 미얀마에서 금융포럼을 개최한다. 오는 11월에는 캄보디아에서 금융포럼을 연다. 은행들이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에서 사회공헌 활동도 함께 진행해 한국 은행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도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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