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사고는 전액 보험처리, 사고 부담금도 안내..검거율 높아져 형평성 논란, 부담금 도입 필요성 제기
#2015년 1월. 청주시 한 도로에서 화물차 운전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하던 20대 남성이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만삭의 아내에게 주려고 사가던 크림빵이 널려 있었다. 이 남성의 사연은 ‘크림빵 아빠 사건’으로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경찰은 사고 발생 17일만에 가해 차량이 찍힌 CCTV 영상을 확보했고 뺑소니범은 자수했다. 이 뺑소니범은 사고 피해에 대해 부담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

최근 몇 년 새 CCTV와 블랙박스 등이 보편화되면서 뺑소니 검거율이 90%를 훌쩍 넘어서면서 뺑소니범에 대해서도 사고에 대해 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뺑소니범과 달리 음주 운전·무면허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면 운전자는 대인배상 300만원, 대물배상 100만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2004년부터 반 사회적 운전행위에 대해서는 운전자가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음주·무면허 운전자에게 사고부담금을 내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을 하다 사람을 쳐 치료비가 1000만원이 나오면 300만원은 운전자가 부담하고 나머지 700만원은 보험사가 내는 식이다. 뺑소니의 경우 죄질이 더 나쁘지만 검거율이 낮아 범인에게 사고 부담금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사고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빠졌다.
하지만 최근 뺑소니범 검거율이 90%를 웃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1980년대만 해도 30%대에 머물던 교통사고 뺑소니범 검거율은 2000년대 들어 70~80%대까지 높아졌고 지난해에는 96%까지 올라갔다. 사실상 대부분의 뺑소니범을 잡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뺑소니 사고에 대해서도 음주운전 등과 동일한 수준의 사고부담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뺑소니범에게 지급될 보험금을 환수해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낮추는데 써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음주·무면허 운전자와 달리 뺑소니범은 보험회사가 구상권도 청구할 수 없는데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를 내고도 일반 교통사고와 동일한 보험 보장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음주·무면허·뺑소니가 3대 악질 사고인데 이중 뺑소니만 본인의 재정적 부담 없이 형사처벌만 받는다”며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국회교통안전포럼과 함께 입법청원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