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금감원장 취임사 '유감'

최흥식 금감원장 취임사 '유감'

김진형 기자
2017.09.13 04:39

[김진형의 금융토크]

[편집자주] 매일 수많은 금융기사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금융정책, 금융상품, 재테크 등 내용도 다양합니다. 하루가 지나면 묻혀버릴 기사들 속에서 독자들과 함께 한번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이슈들을 찾아보겠습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첫 민간 출신 금감원장으로 취임했다. /사진=뉴스1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첫 민간 출신 금감원장으로 취임했다. /사진=뉴스1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보호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중요한 감독제도 개선사항을 심의하고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안의 경우엔 관련 검사국에 검사를 요청할 수 있다. 위원회의 절반은 학계, 언론계, 소비자단체, 법조계 등 각계 민간 전문가로 채워졌다. 특히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해 위원장은 민간위원으로 선임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금융소비자보호위윈회'가 신설되면 나올 기사를 미리 써봤다. '주요 감독 제도에 대해 소비자 관점에서 심의', '위원의 절반을 민간 전문가로 구성' 등 최 원장이 제시한 위원회의 틀을 대부분 반영했으니 실제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사는 미래 얘기가 아니다. 이미 5년 전에 실제 있었던 내용이다. 금감원은 2012년 10월, 최 원장이 구상한 위원회에 '심의'만 추가한 '금융소비자보호심의위원회'를 설치했다. 지금도 매 분기마다 열리고 있다. '원장 직속'만 아닐 뿐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 업무 최고심의기구'라고 강조해왔다.

최 원장이 새로 도입하겠다는 '민원·분쟁 조기경보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이미 '소비자경보제도'가 있다. 민원이 급증하는 등 소비자 피해 확산이 우려되는 경우 즉시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검사국에 통보해 현장검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다. 언론에 처음 배포했던 취임사에 빠졌다가 후에 포함된 금감원 전국 지원(支院)에 민원검사권을 부여한다는 내용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광역시 단위 지원은 민원검사권을 갖고 있다.

그나마 취임사 중 '신상품'이었던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공시 강화'는 논란만 불렀다. 최 원장은 국민의 알 권리와 투자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기업들의 저출산 대응 노력, 환경보호, 노사관계 등을 공시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착한 기업 줄세우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금감원은 원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내용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해명자료를 내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새로 취임한 수장이 앞으로 각오와 조직 운영 계획을 밝히는 취임사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새 정부와 코드는 맞춰야겠는데 더 이상 내놓을 새로운게 없어서였을까.

최 원장은 "금감원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데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보호'는 금융당국이 추구하는 절대선 중 하나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만큼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차라리 취임사에 금감원이 뭐가, 왜 부족했는지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담았다면 어땠을까. 민간 출신 첫 원장이란 점 때문에 잔뜩 긴장했던 금감원 직원들은 취임사를 보며 오히려 안도했을 듯 싶다. 지금까지 하던 것과 별로 달라질게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금융시장은 '인사권자가 왜 최흥식을 임명했을까'에 대해 급궁금해졌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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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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