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의 금융토크]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6일 금융소비자 30여명과 간담회 형식을 빌어 '금융소비자 중심의 금융개혁'을 선언했다. '앞으로 소비자를 우선순위에 놓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게 골자였다. 같은 시간 금융감독원은 최흥식 원장의 간부회의 발언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개선할 과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라"는 내용이었다. 같은 시간, 금융당국 두 수장의 비슷한 발언이었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소비자 측면에서 제도 개선 사항을 발굴하고 있고 금융위는 '소비자 중심 금융개혁 추진단'을 구성해 금융소비자를 위한 과제들을 찾아 개선키로 했다.
금융회사에 비해 금융소비자는 구조적으로 약자다. 그래서 금융소비자 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 '금융소비자 보호'는 새 정부의 철학 중 하나다. 금융위가 하든, 금감원이 하든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면 문제될 건 없다. 게다가 일반인에게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름만 다를뿐 같은 '금융당국'이다.
하지만 체계가 없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역할이 구분돼 있지만 두 기관간 조율이 안됐다는 티가 난다. 그러다 보니 금융위가 할 일과 금감원이 할 일이 뒤섞이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 '카드 신규 가맹점 수수료 환급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하자 금융위 내에선 뒷말들이 나왔다. 가맹점 수수료 체계 정비는 금융위가 담당해온 업무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의 첫번째 과제로 선정한 '보험료 카드 결제 확대'도 금융위와 조율이 안된 내용이었다.

금융위가 지난 21일 배포한 고위험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투자하는 P2P(개인간) 대출이 성행하고 있으니 투자에 주의하라는 보도자료는 통상 금감원이 하던 일이다. 금감원은 금융현장에서 벌어지는 이상징후를 감지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일은 법·규정 개정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가 해왔다. 금융위가 소비자 중심 금융개혁이라며 내놓은 10대 과제들도 면면을 뜯어보면 그동안 금감원이 해오던 일이 적지 않다.
그야말로 각개약진이다. 각개약진이라는게 정해진 길을 따라 뛰는게 아니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뛰다 보니 당연히 옆 사람과 엉키고 서로 위치가 바뀌기도 한다. 고지까지 살아서 갈 수만 있으면 엉키든, 부딪히든 상관없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앞으로 닥칠 금융감독체계 개편이란 '고지'를 향해 각개약진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에서 얘기하는 이번 정부 내 금융소외의 결과일 수도 있다. 금융에서 정책이 사라지니 감독만 남았고 그러다 보니 경쟁적으로 소비자보호에만 치중하는 것 같다." 지금의 상황을 보는 어느 금융당국자의 관전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