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부장·의정부지점장 2명 배출…'고졸 딜레마'에 이동걸 회장 "롤모델 만들자"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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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산업은행(산은)이 올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처음으로 '고졸·여성' 지점장을 배출했다. 과거 '고졸' 지점장은 여러 명이었고 최근에는 '여성' 부서장·지점장도 등장했지만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갖춘 인물은 없었다. 여성리더 육성, 젊은 고졸행원의 롤모델 마련을 위한 이동걸 회장의 결단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이날 오후 실시한 올 하반기 인사에서 고졸 출신의 여성 부서장 및 지점장 2명을 승진 발령했다. 신정순 금융결제부장과 이화주 의정부지점장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 모두 1983년에 입행했다.
산은 관계자는 "올 상반기 인사에서 주요 본부 부서와 해외점포에 여성 인력을 전진 배치한데 이어 고졸 여성을 리더로 발탁했다"며 "여성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이 회장의 생각이 담긴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은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 여성을 본부 부서장으로 선임한데 이어 기획조정부와 영업기획부 등 핵심 본부 부서와 상하이지점의 팀장급에도 여성 인력을 배치하며 여성리더 육성 의지를 피력해 왔다. 한 차례도 여성 임원을 배출하지 못해 '유리천장'이 유난히 두껍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산은으로선 파격적인 행보였다.
이번 고졸 여성 지점장 선임에는 산은의 고졸 인력 딜레마에 대한 이 회장의 해법도 담겼다. 산은은 강만수 전 행장 시절 소매금융 확대 전략에 따라 영업점 창구를 맡을 고졸 행원을 대거 채용했다. 고졸 행원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내 대학인 'KDB금융대학'을 개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강 전 행장이 물러나고 민영화 및 소매금융 강화 전략이 백지화되면서 고졸 행원들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 산은이 다시 기업금융 중심으로 회귀하면서 소매금융을 주로 담당해왔던 고졸 행원들은 교육을 거쳐 각 부서로 나눠 배치됐다. 내부에선 '대졸 이상 고학력자 중심인 조직에 고졸 행원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더러 나왔다.
자연스럽게 고졸 행원의 명맥도 끊기는 추세다. 2010년에 고졸 인력을 뽑지 않았던 산은은 강 전 행장이 재임했던 3년간(2011~2013년) 265명의 고졸 인력을 채용했다. 반면 행장 교체 후 4년간(2014~2017년) 고졸 채용은 45명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이 회장은 이처럼 위축된 고졸 행원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서라도 고졸 여성 지점장을 배출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산은 관계자는 "이 회장은 고졸 직원도 높은 경쟁률을 뚫고 산은에 입사한 뛰어난 역량의 인재인 만큼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누구나 새로운 '고졸 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번 인사에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