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수수료 구간 신설로 대상 늘려…영세 자영업자 부담 완화 취지 퇴색

정부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력을 총 1조4000억원으로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발표한 수수료 인하 방안을 제외하고 적격비용(카드사 원가) 재산정을 통한 추가분이 7000억~8000억원 규모다.
추가 수수료 인하분은 기존 영세·중소가맹점 외에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새로운 매출 구간을 신설해 이에 배분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마트협회가 연매출 300억원까지 차등적으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서다. 표에 민감한 정치권이 이에 동조하면서 영세 자영업자 부담 완화라는 수수료 인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적격비용 재산정 결과 등을 포함한 카드 수수료 전체 인하 여력을 1조4000억원 수준으로 결정했다. 앞서 발표한 수수료 인하 방안에 따른 감소분을 제외하면 약 7000억~8000억원이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한 추가 인하분으로 추산된다.
금융위는 적격비용 재산정에 앞서 소액다건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 수수료 상한선 인하, 지불결제사업자(PG)를 이용하는 온라인 사업자 및 개인택시사업자에 대한 우대수수료율 적용, 신규 가맹점이 영세·중소가맹점으로 재분류될 경우 기존에 냈던 추가 수수료 환급 등으로 7000억원의 수수료 인하 방안을 내놨다.
금융위는 이번 수수료 인하 방안에 현재 연매출 5억원까지인 우대수수료율 적용 범위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연매출 3억원 이하인 영세가맹점과 연매출 3억원~5억원 이하인 중소가맹점만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데 5억원 초과 가맹점에 대해서도 새로 구간을 만들어 수수료율을 우대하는 방식이다.
현재 영세가맹점은 0.8%, 중소 가맹점은 1.3%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신설 구간의 우대수수료율은 중소가맹점보다 높은 수준에서 매출 범위에 따라 차등적으로 매겨질 전망이다.
금융위는 당초 우대수수료율 적용 구간을 신설하지 않고 중소가맹점 범위를 연매출 7억원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비중이 높은 담배 판매가 많아 매출이 늘어나는 편의점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서다. 편의점의 평균 연매출액이 6억50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우대수수료율 범위를 연매출 7억원으로 확대하면 편의점 대부분이 우대수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마트협회가 대형가맹점에 비해 높은 수수료를 부과받고 있다며 연매출 300억원 이하 가맹점까지 차등적으로 인하된 수수료율 적용을 주장하면서 아예 우대수수료율 구간을 신설해 확대하는 방안이 급부상했다. 이에대해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은 사실상 그대로 두고 인하 여력을 대형마트에 주는 방식”이라며 “영세 자영업자 부담 완화라는 수수료 인하의 의미 자체가 변질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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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협회와 수수료 인하 방안을 협의 중인 카드 노조도 대형마트를 위한 우대수수료율 구간 신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카드 노조 관계자는 “매출 수준에 따라 수수료율을 차등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특정 업계의 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해 다른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영향을 받게 되는 방식은 수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마트협회와 카드 노조는 여당과 함께 최종 합의안을 확정해 금융위에 전달할 계획이다.
우대수수료율 범위를 대폭 확대하면 적격비용 산정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대수수료율 대상 가맹점은 실질적으로 적격비용 이하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현재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중소가맹점수는 전체 가맹점의 약 84% 수준이다. 우대수수료율 적용 범위가 연매출 10억원까지만 늘어도 적용 가맹점수는 91%까지 확대된다. 결국 적격비용이 적용되는 가맹점은 전체의 10% 미만이 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일반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2.08%였지만 우대수수료율 적용 가맹점과 특수가맹점을 포함하면 평균 수수료율은 1.6%였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우대수수료 범위가 더 확대될 경우 실질 평균 수수료율은 1.4%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대수수료를 적용하는 범위를 확대하면 수수료 인하율이 떨어지고 범위를 좁히면 그만큼 수수료 인하율을 높일 수 있다”며 “확정된 인하 여력을 어떻게 배분할지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