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파생결합펀드) 분쟁 조정은 무조건 수용, 키코(KIKO)는 절대 불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DLF와 키코 분쟁 조정에 대한 은행권의 명확한 입장이다.
DLF는 잘못한 게 있으니 금융소비자를 위해 빠르게 배상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수수료 수익에 기여한 부자 고객이어서 더 그렇다. 반면 키코는 대법원 판결도 있고 소멸시효도 지났으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한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대승적’ 결단을 바라고 있지만 ‘배임’ 문제의 벽을 넘기 쉽지 않다. 대법원 판결보다 금감원 분쟁 조정이 통하는 선례를 남기는 건 금융 질서 유지를 위해 좋지 않다는 원론적인 이유도 있다.
하지만 DLF 제재와 키코가 묶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미 은행권에선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DLF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키코 분쟁을 수용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일종의 바터(barter)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키코 분쟁 조정 결과를 받아들이기 위한 논리를 고심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론 당사자인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손사래를 친다. 손태승 우리은행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입을 닫는다. 해당 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사회를 열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키코 분쟁 결과를 수용하려면 이사회 의결이 필수지만 아직 그 단계조차 안 갔다는 의미다.
이 소문은 신한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다른 은행을 압박하는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심지어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키코 분쟁 결과를 받아 들이면 다른 은행도 이를 근거로 움직일 수 있다. 그 다른 은행 중 하나는 신한은행이다. 외국계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유로, 산은은 감사원 등을 이유로 버틸 수 있지만 신한은행은 다르다. 특히 최근 신한은행이 주주와 고객, 직원, 사회, 국가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에 비중을 더 주기로 하면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도 있다.
우리은행, KEB하나은행에 이어 신한은행까지 키코 분쟁 조정에 따라오면 윤 원장은 ‘꿈’을 이룬다. 이미 윤 원장은 키코와 DLF 분쟁을 해결한 분쟁조정2국을 금감원내 최고 실적을 낸 부서로 꼽고 ‘2019년 최우수상’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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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DLF 제재와 키코 분쟁 조정 수용은 별건이지만 둘을 하나로 묶어 딜을 한다는 루머는 바람직하지 않다.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할 분조위 조정 과정과 소비자보호를 위한 금융회사 제재가 마치 거래된다는 것은 한국 금융의 후진적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 금융은 별건으로 윽박질러 승복을 받아내려고 하거나 그에 응해 중징계를 회피하려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