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부동자금 1000조원, 현금의 양극화

코로나19 충격파는 ‘현금 양극화’의 정도를 키웠다.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하지만 돈줄이 마른 이들에게 ‘곳간 채우기’는 남 얘기다. 오히려 예·적금, 보험 등을 깨고 카드론에 손을 대는 등 급전을 마련하느라 비상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예·적금 중도해지 금액은 11조1527억원으로 집계됐다. 예금의 경우 10조427억원, 적금은 1조1100억원이었다. 예·적금 중도해지 규모는 전월보다 3조1563억원(39.47%), 전년 같은 기간보다 2조5692억원(29.93%) 늘었다. 중도해지 건수는 모두 81만3155건을 기록했다.
현금이 필요한 이들은 보험까지 깼다. 생명보험 3개사(삼성·한화·교보생명)와 손해보험(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5개사의 지난달 보험 해지 환급금은 3조162억원이다. 전월보다 6681억원(28.4%), 전년동기대비 6867억원(29.4%) 증가했다.
대출에 손 벌리는 이들도 부쩍 많아졌다. 은행권 ‘코로나19 초저금리 대출’ 대상자가 아닌 이들은 신용대출로 몰리거나 비교적 문턱이 낮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렸다.
이달 20일 기준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13조6089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4894억원, 지난 2월 말에 비해서는 2조7303억원 늘었다.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저축은행의 전체 대출 규모는 67조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1년 전보다 약 7조원 증가한 규모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거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대출을 못 받는 사람들이 저축은행으로 넘어오면서 최근 들어 대출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중소기업 등 기업 대출 문의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신용이 낮은 사람들은 카드론을 이용했다. 아무 때나 바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최근 들어서는 임대료,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카드사에 노크하는 소상공인들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삼성·KB·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카드사의 지난달 카드론 규모는 4조3242억원으로 전월보다 4557억원(11.7%), 전년 같은기간 대비 9925억원(29.7%) 늘었다. 현금서비스를 포함한 전체 대출 규모는 8조7366억원으로 집계됐다.
대부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궁지에 몰린 이들의 불안심리를 악용한 고리대금(사채)도 성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등록된 대부업체들은 신규 대출을 줄이고 있어 그 수요가 사채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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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시기 현금을 쌓는 건 일부에 해당하는 이야기고 대부분의 서민은 당장 쓸 돈도 없다”며 “소상공인의 경우만 봐도 매출은 급감했는데 인건비 등 고정비용은 써야 하기에 받을 수 있는 대출이란 대출은 다 알아보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