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키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5년만에 정권교체다. 정치는 물론 경제에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기대해본다.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여럿 있겠지만 '인사 자율성'을 얹어본다. '금융을 수단이 아닌 산업 자체로 봐달라',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달라' 등 정책제언을 첫 조언으로 하지 못하는 현실이 서글프지만 아직까지는 최우선 과제라고 본다.
금융회사는 민간회사다. 금융회사가 공공성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는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공공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정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거나 실패가 우려되는 부분엔 정부가 직접 나서는데 주저해서는 안된다. 정책금융회사의 존재 이유다. 하지만 대부분 금융회사는 민간회사다. 정부는 금융회사 주식을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당연히 민간 금융회사 자리가 정권교체의 논공행상용 자리가 될 수 없다. 정권교체에 도움을 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후보 단일화로 힘을 모았으니 '상'을 줄 사람은 더 많을 것이다. '자리'가 부족하다보니 민간 금융회사까지 눈이 갈 수도 있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불과 10여년전만해도 '4대 금융천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가 적지 않았다.
현재 자리에 앉자 있는 인사들이 새 정부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4대 금융그룹 회장(내정자)의 고향은 전남 나주, 광주, 대전, 충남 부여다. 4대 은행장은 서울(2명), 전북 임실, 충남 공주다. 당선인이 부친의 영향으로 '충청의 아들'이라고 자처했지만 '안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올만하다. 하지만 '안배'에 방점이 찍히면 혼란이 가중된다.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려 했을 때의 부작용은 문재인 정부 초기에 이미 경험했다. 5년전 문재인 정부의 초대 금융위원장은 "(금융그룹 회장이) 경쟁자들을 인사 조치해 자기 혼자 계속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는게 사실이라면 CEO로서 중대한 책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주주가 없다보니 현직이 계속할 수 있게 여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첫 금융감독원장 역시 '셀프연임'을 비판하면서 현직 금융그룹 회장은 회장 후보 관리부터 추천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했다.
당시 금융권에선 관치금융이 도를 넘었다며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간 회사 인사에 개입하지 말라고 크게 '화'를 냈다고 알려지면서 일단락됐지만 후유증은 심각했다. 많은 CEO와 경영진이 무리한 검사와 제재를 받았고 지금까지도 법원을 오가면서 재판을 받고 있다. 디지털 전환기에 써야할 힘은 낭비됐다.
다행히 시장은 믿음직했다. 금융회사는 학연, 지연, 혈연, 출신이 아닌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봤다. 금융회사에 주인이 없다고 하지만 상장회사인 금융회사 주인인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가장 능력 있는 인사를 CEO로 꼽는데 찬성표를 던졌다. 주주들의 대리인인 사외이사들은 능력 있는 인사들을 추천했다. 명망있는 사외이사들이 외부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회사와 주주, 사회만 봤다. 검사장 출신의 한 사외이사는 "(금융당국이) 감놔라 배놔라하면 금융회사는 발전할 수 없다"며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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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은 선거 하루 전날 부산유세에서 "정부가 감 놔라, 밭 놔라 하면 은행, 기업 다 도망간다"고 했다. 100% 옳은 말이다. 만사인 인사도 마찬가지다. 이번주 주주총회를 마치면 굵직한 금융권 CEO가 정해진다. 주주들은 현명한 선택을 하리라 믿는다. 새 정부도 '왜 그 인사가?'라는 의문이 아닌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길 바란다. 5년전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새 정부에 '금융회사 인사 자율성'을 조언하는 일도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