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속으로]"내가 보험사기꾼?" 백내장 환자가 뿔난 이유

[이슈속으로]"내가 보험사기꾼?" 백내장 환자가 뿔난 이유

김세관 기자
2022.06.04 04:30
이슈속으로 /사진=머니투데이
이슈속으로 /사진=머니투데이

#늘 눈 앞이 뿌연 현상을 겪었던 50대 A씨는 올해 초 벼르던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어서 수술비 부담은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수술이후 A씨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했다. A씨가 낸 의료기록을 가지고 보험사가 종합병원에 자문을 구한 결과 수술이 필요한 환자였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서다. A씨는 자신과도, 보험사와도 관계없는 제3의 병원에 다시 의료자문을 의뢰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였다면 큰 무리없이 보험금이 지급됐을 수도 있었을 사례다. 하지만 최근 일부 안과 병의원과·브로커·환자들이 결탁해 실손보험 제도를 악용한 과잉진료로 보험금을 타려는 시도가 급증했다. 보험사들은 백내장 수술 보험금 청구의 적정성 여부를 감별하기 위한 그물망을 더 촘촘히 짜게 됐다.

강화된 심사 기준에 따라 선의의 피해자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홈페이지에 5월까지 백내장 수술과 관련해 제기된 민원만 8400건이 넘는다. 최근 금융당국 등 정부에 제기되고 있는 백내장 수술 민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게 실손보험 지급 심사시 의료자문을 보험금 지급 거절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심사나 손해사정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의료기관에 소속된 전문의 등에게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행위다. 보험금 지급 판단이 애매할 경우 보험사들이 활용한다.

구체적으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11개 보험사를 대상으로 '백내장 수술 관련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실손보험 담당 임원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난달 중순엔 의료자문 남용 방지 관련 공문도 발송했다.

금감원 주재 의료자문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보험사들도 의료자문이 보험금 지급 거절 수단이 아니라는데 동의했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계약자들에게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업계 차원의 조치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보험사들은 백내장 수술 관련 의료자문이 증가한 건 4월들어 관련 실손보험 청구건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5월 들어서는 다시 줄어들고 있다고 해명했다.

4월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 청구건이 급증한 건 실손보험금 지급 심사 강화 방안이 마련될 것이란 소식이 퍼지면서 일부 안과 병의원들이 실손보험 가입 고객 대상 백내장 수술 '절판마케팅'을 3월말까지 공격적으로 진행해서다. 1월부터 3월11일까지 손보사들이 백내장 수술에 지급한 실손보험금만 2689억원이었다. 전체 실손보험금의 12.4%가 백내장 수술에 지급될 정도였다.

매년 손해율이 130%를 웃돌고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의 누적적자가 10조원에 이를 정도로 실손보험으로 인한 손해가 막심하다보니 보험사로서는 과잉진료가 의심되는 부분을 쉽게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실손보험 현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보험사 피해와 소비자 피해 가능성 사이에서 적정한 균형을 잡아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병의원과 브로커, 잘못된 선택을 한 보험 계약자들의 일탈로 인해 결과적으로 선량한 실손보험 가입 고객들과 보험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더 부각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최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수술 알선 대가로 200억원대 수익을 챙긴 혐의로 서울 강남 소재 유명 안과와 조직형 브로커를 수사하고 있다. 실손보험이 보험사기에 악용되지 않도록 장기적인 대책이 나와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매년 실손보험료율이 높아지는 원인이 바로 이 같은 과잉진료 때문"이라며 "실손보험 관련 근본 대책을 마련하고자 범정부적인 협의체가 구성됐지만 제대로 된 묘안이 마련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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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관 기자

자본시장이 새로운 증권부 김세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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