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은행들이 처음으로 외국인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한다. 외국인은 출국하면 대출을 회수할 수 없어 연체 리스크가 크지만 수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농협·신한은행이 외국인 신용대출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하나은행이 이달말 가장 빠르게 상품을 선보인다. 하나은행은 외국인이 국내 초기 정착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신용대출 한도를 1000만원으로 설정할 계획이다.
농협은행 3000만원 한도, 신한은행은 2000만원 한도로 다음달 말 외국인 전용 신용대출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이 외국인 전용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이는 건 처음이다. 하나은행도 2022년 1월까지 '외국인주거래우대론'을 운영하긴 했으나 일반적인 외국인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한 적은 없었다. 과거 상품인 외국인주거래우대론은 장기 체류자 등 주로 신용이 확실한 외국인만 대상으로 해 수요가 제한적이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외국인 전용 신용대출 상품을 취급하지 않아 현재 일반 외국인 근로자에게 신용대출을 내주는 국내 은행은 지방은행인 JB전북은행과 BNK경남은행 정도다.
그간 대형 은행들이 외국인 신용대출을 운영하지 않은 건 연체 리스크가 커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들어서다. 외국인 차주가 출국하면 은행은 사실상 대출을 회수할 수 없게 된다. 이로 인해 국내 외국인 체류자가 계속 늘어나도 대형 은행에선 보증서를 담보로 하는 전세대출 상품만 운영했다.
대형 은행들이 연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신용대출을 출시하는 이유는 이자수익을 노리기 보단 외국인 수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신용대출을 이용하면서 국내 은행과 거래를 튼 외국인은 입출금 계좌를 개설하는 등 해당 은행과 계속 거래할 가능성이 큰데, 은행권에서 외국인 수신 고객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체 인구수는 정체 상태인 반면 외국인 거주자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집계된 국내 외국인 거주자는 265만명으로, 5년 새 30.2% 늘었다. 같은 기간 장기 체류 외국인 수는 26.8% 뛰었다. 본국에서 학비·생활비를 꾸준히 송금하는 외국인 유학생이나 정기적으로 급여소득을 받는 외국인 근로자는 은행권의 새로운 금융 수요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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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은행들은 외국인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이면서 연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은 일반적으로 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외국인 전용 상품은 분할상환 방식으로 설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은행과 경남은행의 외국인 신용대출 상품도 분할상환만 지원한다. 연체 리스크가 큰 만큼 대출금리도 높게 책정할 수 있다.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신용대출은 수익 상품이 아니라 수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