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억 건넸는데 피싱" 지급정지 수표, 피해자 환급 길 열린다

[단독]"2억 건넸는데 피싱" 지급정지 수표, 피해자 환급 길 열린다

박소연 기자
2025.08.31 06:10

김남근 의원,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발의 예정

대면 편취형 보이스피싱 건수 및 비중/그래픽=김지영
대면 편취형 보이스피싱 건수 및 비중/그래픽=김지영

#A씨는 지난 6월 검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아 금융회사에서 2억원 수표를 인출해 넘겼다. A씨는 다행히 일당이 수표에 대한 지급요청을 하기 전 속았다는걸 깨달았다. 황급히 수표 지급정지를 신청했지만, 수표 실물을 가져오지 않는 한 10년(민사상 채권의 소멸시효)을 기다려야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단 설명을 들었다.

결국 이 수표는 A씨도 피싱범도 가질 수 없는 돈이 됐다. 현행법상 수표 효력을 없애는 제권판결은 사기 범죄에는 적용되지 않아서다. A씨는 지급정지 신청을 위해 수표 금액의 20%인 4000만원을 '사고 신고 담보금' 명목으로 금융회사에 제공했다. 대출로 담보금을 조달한 A씨는 피해금을 환급받지도 못하고 매달 이자까지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올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이 중 대면편취형 수법이 3분의 1에 달하는 가운데, 국회가 A씨와 같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 사각지대 개선에 나선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티메프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7.10. /사진=뉴시스 /사진=김금보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티메프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7.10. /사진=뉴시스 /사진=김금보

현행법상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사기범의 요구에 따라 수표를 발행한 경우, 해당 수표가 지급정지된 사기이용 계좌에서 아직 인출되지 않았더라도 자금을 출금한 피해자가 이를 환급받기 위한 법적 수단은 제한적이다.

이러한 경우 수표를 무효화하는 절차가 별도로 필요한데, 현행 민사소송법상 공시최고를 통한 제권판결은 분실되거나 도난된 수표에 한해 허용된다. 따라서 보이스피싱 등으로 피해자가 발행한 수표에 대해서는 제권판결이 각하되고 피해자는 수표의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까지 자금을 환급받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이에 개정안은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피해자가 소지하던 수표에 대해 예외적으로 공시최고 절차를 통해 제권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특례 규정을 신설하고, 이를 근거로 금융회사에 피해금 환급을 신청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간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 및 보이스피싱 1인당(건당) 피해액/그래픽=김지영
연간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 및 보이스피싱 1인당(건당) 피해액/그래픽=김지영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1만4707건, 피해액은 7766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피해액(3909억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연간 피해액은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딥페이크를 활용하는 첨단 수법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서도 사기범을 직접 만나 현금을 전달하는 대면편취형 피해는 여전히 30%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송금·이체된 보이스피싱 피해자뿐 아니라 대면편취형 피해의 경우에도 피해금 환급 등 구제 대상에 포함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피해환급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수표는 피해를 구제받기 어려운 '사각지대'로 남아 있어 제도개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 28일 관계부처가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앞으로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하는 입법 보완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남근 의원은 "보이스피싱은 매년 그 피해건수와 금액이 늘고 있는 심각한 민생침해 범죄"라며 "특히 대면편취형 수법에 취약한 고령층의 피해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바 이번 개정을 통해 조속히 보이스피싱 범죄로부터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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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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