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및 국고채 입찰 담합 이슈로 조 단위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금융당국이 과징금 부과에 따른 은행 자본비율 산정 방식 개선에 나선다. 은행들은 과징금을 1회 내더라도 향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운영리스크)을 자본비율에 10년간 반영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운영리스크 산출 배제 요건을 재검토하는 만큼 10년 자본비율 '족쇄'를 풀 여지가 생겼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의 자기자본비율 규제 개선 요구에 따라 금융사고 위험 등을 반영하는 운영리스크 산출 배제요건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은행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눠서 계산한다. 위험가중자산은 신용·시장·운영리스크를 합산해 계산한다. 3가지 리스크 중 운영리스크는 은행의 내부 시스템, 업무처리 등과 관련한 손실 발생 위험을 뜻하는데 금융사고로 인한 소송이나 분쟁 등으로 배상금이나 과징금을 낼 경우 발생한다.
운영리스크는 배상금이나 과징금을 유발한 금융사고가 확실히 재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야 위험가중자산에서 배제할 수 있다. 금융사고가 한번만 발생해도 10년간은 위험가중자산으로 잡아 자본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은행업 감독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장 승인을 받으면 운영리스크를 3년만 반영하고 이후 배제할 수는 있다.
그동안 운영리스크는 전체 위험가중자산의 약 10%에 불과했다. 자본비율을 대폭 하락시킬 만큼의 대형 금융사고가 터진 적이 없었고, 대규모 배상금이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터진 홍콩 ELS 불완전판매로 2조원 가량의 자율배상이 이뤄지고 이후 조 단위 과징금 부과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권의 LTV, 국고채 입찰 담합 등으로 '조 단위' 과징금 부과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향후 운영리스크 급증에 따른 자본비율 급락 우려가 생긴 것이다. 일부 은행은 보통주 자본비율 기준 1%P(포인트) 이상의 하락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회사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 부과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감독체계개편 백지화 이후 금융위와 금감원이 금융소비자보호법상의 징벌적 과징금 제재 강화를 예고해서다. 롯데카드와 SGI서울보증의 해킹 사고로 인해 개인신용정보가 대량 유출되자 정보유출에 따른 징벌적 과징금 도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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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금감원장 승인에 따라 운영리스크 산출을 배제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시행세칙에선 해당 사업부를 폐지해 관련 사고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없을 때 금감원장 전결로 3년만 운영리스크를 반영할 수 있다. 금융위는 재발 방지대책 수립과 이행 등의 요건을 만족하는 경우 산출배제 요건 기준을 개선할 방침이다. 운영리스크를 언제부터 반영할지도 재검토한다. 현재는 금융당국의 과징금 부과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 최종적인 과징금은 달라질 수 있다.
산출배제 요건이 완화되면 홍콩 ELS나 LTV·국고채입찰 담합 등에 따른 과징금 '족쇄'가 10년 이내로 단축될 여지가 생긴다. 은행은 보통주 자본비율 13%를 넘어야 배당을 확대할 수 있어 은행주 밸류업에는 긍정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출배제 요건을 국제기준에 부합하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지는 추가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