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빨간불' 뜬 집합상가"…금감원, 은행권 여신 전수 확인

[단독]"'빨간불' 뜬 집합상가"…금감원, 은행권 여신 전수 확인

김도엽 기자
2025.11.10 06:00

-상가 부동산 호황기 2022~2024년…고정이하여신 3배 이상 급증
-공실률 늘어, 여러 채 상가 보유한 부동산 임대사업자 초점

대형은행 6곳의 부동산·임대업 고정이하여신 규모와 전국집합상가 공실률/그래픽=임종철
대형은행 6곳의 부동산·임대업 고정이하여신 규모와 전국집합상가 공실률/그래픽=임종철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이 집합상가를 담보로 빌려준 대출을 '고위험여신'으로 지정하고 전수 조사에 나섰다. 지난 몇 년간 상업용 부동산 공급이 급격히 늘어났으나,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로 시장이 얼어붙자 은행권으로 불똥이 튀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4일 국내 13개 은행을 모아 '고위험여신 실무협의회' 첫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금감원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은행권에서 집합상가를 담보로 빌려준 여신을 '고위험여신'으로 지정하고 은행들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집합상가란 하나의 건물 내에 독립된 여러 개 상가 점포를 각각의 부동산으로 소유하는 형태의 건물을 말한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단지 내 상가, 의류 쇼핑몰·전자상가·푸드코트 등 테마형 쇼핑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020년대 초반부터 지식산업센터가 급격하게 늘면서 그에 딸린 상가에 들어가기 위해 상가를 담보로 내주는 은행권의 시설자금 대출도 늘어났다. 문제는 부동산 호황기 우후죽순 늘어난 상가들이 최근 들어 부동산 경기가 꺾이며 입주 당시 빌린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대형은행 6곳(KB·신한·우리·하나·NH·IBK)의 부동산·임대업 대출은 2022년 말 221조5330억원에서 2024년 말 262조1970억원으로 18%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부실한 대출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은 3679억원에서 1조2585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들이 쏟아질 때 모든 은행이 담보인정비율을 높게 해서 묻지마로 시설자금을 지원하며 경쟁했다"라며 "최근 지방과 부동산 임대업의 경기가 안 좋으니까 선제적으로 대처하려는 차원의 협의회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시설자금은 대부분 3년 만기 일시 상환 대출로 진행된다. 통상 시설자금은 만기가 되면 기간 연장을 이어가 사업을 끝낼 때까지 연장을 반복한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집합상가들이 최근 감정가가 떨어지면서 4%대 금리가 7% 수준까지 올라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022년부터 집합상가 담보대출이 증가한 만큼 3년 만기가 돌아오는 올해 들어 이자를 감당하기 힘든 차주들과 상가를 처분하면서도 원금을 상환하기 어려운 차주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금감원은 집합상가 중에서도 부동산 임대업자에 나간 대출을 눈여겨보고 있다. 하나의 상가만을 분양받은 게 아니라 여러 채를 은행에서 대출받아 분양받은 뒤 임대사업을 하며 임대료로 이자 등을 충당하고 수익을 내는 경우다.

금융권에서는 상가의 공실률이 늘어나면서 임대료로 이자를 갚기 어려워지는 차주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국 집합상가 공실률은 2022년 말 9.4%에서 2024년 말 10.1%로 증가했고, 지난 3분기 말 기준 10.5%까지 상승했다.

이에 금감원은 임대사업자의 RTI(임대업 이자 상환비율) 준수 여부 등과 관련한 자료도 요청했다. RTI는 부동산의 연간 임대수익을 부동산을 끼고 받은 대출의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임대수익이 많거나 이자 비용이 적을수록 RTI값이 커지는 것이다. 비주거용 상가는 RTI가 1.5 이상이 넘어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 금감원은 허위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해서 대출받은 경우가 있는지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공실인 기간이 길어지거나 임대 수입이 감소하면 은행들이 평가하는 부동산의 감정가도 떨어져 대출금리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허위 계약서를 은행에 제출하는 불법행위를 차단하는 차원이다.

현재 대형은행들은 금감원이 요구한 고위험여신 관련 자료를 전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은행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은행들도 자료를 취합하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여신 현황을 검토한 뒤 향후 구체적인 지도·감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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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엽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도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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