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낮췄는데 그것도 못채웠다"…고강도 규제에 대출 한파

"목표 낮췄는데 그것도 못채웠다"…고강도 규제에 대출 한파

박소연 기자
2026.01.20 17:32
코픽스, 4대은행 주담대 대출 금리/그래픽=임종철
코픽스, 4대은행 주담대 대출 금리/그래픽=임종철

연초에 은행권 가계대출 빗장이 풀렸는데도 수요가 얼어붙은 것은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와 높아진 금리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사실상 주택 거래가 얼어붙었단 것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67조3925억원으로 지난해 12월말(767조6781억원) 대비 0.04%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11조2503억원으로, 지난해 12월말(611조6081억원)보다 0.06% 줄었다.

일선에서 느끼는 대출수요 급감세는 심각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집인(대출 상담사)을 통한 1월 실행분 대출 접수가 평소 100이었다고 하면 현재는 50밖에 안 된다"며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도 심각해 지난해보다 역성장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 달에 가계대출 분할상환으로 인해 (은행당) 500억~6000억원 정도씩 대출잔액이 감소하는데 그만큼 신규 대출 취급을 못하면 마이너스가 된다"고 설명했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그래픽=이지혜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그래픽=이지혜

한 시중은행 모집인은 "상담사들도 지금 이 일을 계속 해야 되냐고 할 정도로 타격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보통 한 달에 (대출 접수를) 80억 정도, 비수기엔 50억~60억원 정도를 하는데 지금 2월분은 2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라며 "은행이 대출총량 관리한다고 한도를 낮춰서 줬는데도 다 못 채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이같은 상황이 대출 실수요가 줄어든 결과라기보단 대출규제 등 제도적 이유에 따른 현상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규제가 너무 심하다"며 "임대인은 세입자를 못 구하고 퇴거자금대출 받아야 하는데 다주택자는 그마저도 막혀서 안 나오니 세입자도 돈을 못 받고 팔지도 못하는 악순환"이라고 했다. 이어 "생활안정자금대출 문의도 많은데 여러 규제로 대출이 쉽지 않아 2금융권으로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초 치솟는 금리도 한 원인이다. 주요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상단은 6%대를 넘었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에 대출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사 등 계획이 있었던 수요자들도 최대한 대출을 미루며 관망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5년 전에 2%대 금리 내던 분들이 지금 변동금리가 4%로 올랐으면 상환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이들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주요 시중은행이 지난해 중단했던 가계대출 영업을 재개한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시중은행 ATM기가 설치되어 있다. 2026.01.02. /사진=뉴시스 /사진=조성우
주요 시중은행이 지난해 중단했던 가계대출 영업을 재개한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시중은행 ATM기가 설치되어 있다. 2026.01.02. /사진=뉴시스 /사진=조성우

가계대출 급감은 은행 입장에서도 반갑지 않다. 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제시한 성장세 정도를 유지하는 게 좋다"며 "금리를 내리면 일시적으로 수요가 쏠리겠지만 그렇게 되면 관리가 안 되니 영업을 하기도 조심스럽다"고 했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2%대로 제시했다.

한국은행이 금융기관 여신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올 1분기(1~3월) 대출행태 전망' 조사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1분기 대출태도는 전 분기보다 다소 완화됐다. 한은은 시중은행의 대출 재개와 맞물려 가계대출 수요 지수가 11을 기록해, 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대출 한파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10·15 대책 직전 거래 물량이 1월분까진 잔금이 나갔지만 2월, 3월분 문의는 거의 없다"며 "가계부채 관리도 중요하지만 대출이 필요한 사람이 못 받고 2금융권과 월세로 밀리는 현상이 지속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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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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