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대통령, 못 따라가는 공직사회]⑤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X(옛 트위터)에서 연달아 다주택자와 투기·투자용 1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를 언급하면서 관계 부처인 금융위원회도 숨가쁘게 움직였다.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다주택자 규제가 언론에 보도되자 이 대통령은 좀더 고강도 대책이 필요하다며 X를 통해 실시간 피드백까지 했다. 톱 타운 방식의 규제 주문에도 다주택자 대출 통계가 없는 금융위는 속도를 내지 못해 '진땀'을 뻬기도 했다.
6일 정부 부처와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 연장 관행을 '직격'한 이후 금융위 담당 공무원들은 3주간 수차례 대책회의를 소집하며 숨가뿐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투기용 다주택자에 금융혜택을 주는 건 문제가 있다"(2월13일)고 지적하자 해당 대출이 정확히 어떤 대출을 말하는지부터 초기 혼선이 빚어졌다. 다주택자 대출은 지난해 6·27 대책에서 이미 금지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4일 곧바로 은행과 상호금융 가계대출 담당 임원을 소집해 주로 주거용 임대사업자 대출로 대상을 좁혀 규제 방안을 논의했다. 만기 일시상환 대출이면서 대출 만기가 3~5년으로 짧은 임대사업자 대출이 이 대통령의 발언 취지에 부합하는 대출이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임대사업자 대출 만기 연장시 '갚을 이자 대비 임대료 수입 비중'인 RTI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일차적으로 검토했다. RTI가 1.5배가 되지 않으면 신규 대출이 제한되는데 이 기준을 '공평'하게 기존 대출에도 적용하려는 것이다. 이같은 검토안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왜 RTI 규제만 검토하냐"며 만기에 대출을 회수하거나 원금 분할 상환을 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피드백을 내놨다. 추가적인 종합 대책을 마련 중인 와중에 나온 속전속결 피드백에 공무원들은 진땀을 흘렸다.
다주택자의 아파트 담보 대출 위주의 대책이 나올 것이란 예상을 뒤집고 이 대통령은 또 '투자·투기용 1주택자'에도 규제를 주문(2월26일)한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범위가 더 넓어졌다.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 대책회의는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격상됐다. 이달 4일 네 번째 회의가 열렸다.
'톱 다운' 규제 주문에도 금융위는 3주 동안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정확한 다주택자 대출 통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국토교통부나 국세청이 보유한 다주택자 정보와 은행이 갖고 있는 대출 정보를 매칭해야 하는데 대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법리적인 해석도 필요하다. 다주택자 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 대책이 필요하단 타부처 지적에 '속도전' 못지 않게 '세밀한 정책'에도 방점이 찍혔다.
그러는 사이 기존에 예정했던 정책 발표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금융위는 당초 지난달 말 올해 연간 가계대출 정책 방향과 목표치 등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연기됐다.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어느 정도로 설정하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됐으나 2개월이 지나도록 공개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대출 정상화 방안과 합쳐 동시 발표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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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 잘하는 부처'인 금융위에 대한 이 대통령의 칭찬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X에서 금융위가 자본시장 범죄 신고포상금 지급 상한을 전면 폐지한 것에 대해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님, 잘 하셨다. 팔자 고치는데는 로또보다 확실히 쉽다"며 공개 칭찬했다.
'톱 다운' 방식의 정책 주문에 피로감이 없지 않지만 금융위 공무원은 "대통령의 메시지 자체가 정책 효과로 연결돼 시장이 바로바로 반응하고 있다"며 "힘 실린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