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항상 걸려 오는 전화죠. 평소 고객 서비스를 제대로 했다면 굳이 이런 전화가 필요할까요."
IT 중소기업 A사의 한 직원은 최근 모 공공기관 공무원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기획재정부에서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를 실시하는데 '매우 만족'한다는 평가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직원은 평소 업무를 진행하면서 이 공공기관 직원으로부터 협조를 받고 있는 만큼 "알겠다"는 답변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나마, 평소 '갑'의 위치에 있는 공무원으로부터 연중 유일하게 부탁이란 것을 받아보는 것만으로 속은 시원했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각 공공기관 담당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해마다, 공공기관에 대한 고객만족도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통상 10월 중순부터 조사가 시작된다. 해당 기관으로부터 서비스를 직접 제공받는 고객을 대상으로 1대 1 면접조사를 실시한 후 '우수', '양호', '보통', '미흡' 등 총 4단계로 평가를 한다.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받은 공공기관에는 패널티가 주어진다. 이맘때쯤 공무원들이 고객들에게 사정이라는 것을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비단 사정으로만 끝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과거 한 공공기관은 고객만족도 평가 등급을 높이기 위해 소속 공무원들을 고객으로 둔갑시켜 '자작극'을 벌여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이맘 때가 되면 공무원들의 태도가 달라진다"며 "불편한 것은 없냐, 설문 응대 좀 잘 해달라는 등 각종 부탁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부탁을 했다는 사실은 절대 비밀에 부쳐달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부탁을 하는 공무원 입장에선 사정일 수 있지만 받아들이는 기업 입장에선 으름장이나 다름없다고 하소연 한다. 당장 평가가 끝나면 또다시 공무원들에게 업무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만에 하나 평가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뒷감당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매년 평가기간을 한달여 앞두고서야 공공기관 서비스 개선에 유독 탄력이 붙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해 당사자인 기업들에 공공기관의 서비스 질을 묻기 보다는 차라리 정부의 암행 감시를 활성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진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