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누구를 위한 '中企 범위개편'인가

[기자수첩]누구를 위한 '中企 범위개편'인가

송정훈 기자
2013.11.27 06:30

"우리 같은 작은 기업은 상관 없는 것 아닌가요. 제대로 의견을 낼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데…."

최근 만난 중소 전자부품 임원이 중소기업 범위기준 개편과 관련해 한 말이다. 범위기준 개편이 중소기업계의 최대 이슈라는 점을 고려하면 귀를 의심할 정도로 의외의 답변이었다. 정부가 야심차게 범위기준 개편작업을 추진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많은 중소기업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작업에 불만을 갖는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소기업계는 최근 중기청이 중견기업 육성이란 단기성과에 급급해 일방적으로 중소기업 범위기준 개편을 밀어붙인다고 반발한다. 현 정권 임기 내 '중견기업 4000개 육성'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업계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실제 중기청의 의견수렴 작업은 지난달 한 차례 개최된 중소기업 범위기준 개편 공청회뿐이었다. 그마나 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중기청은 이달 중기중앙회가 개최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한 차례 더 의견수렴 작업을 거쳤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성장촉진이란 범위기준 개편작업의 당초 취지가 퇴색된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당초 범위기준 개편은 중소기업의 원활한 성장에 초점이 맞춰줬는데, 점점 중기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무언가에 쫓기듯 속전속결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가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중기청이 현 매출기준 1500억원을 낮추는 방향으로 범위기준 개편방안을 추진해서다. 중기청 방안은 중소기업 범위기준 3년 평균 연매출을 800억, 1000억, 1200억원 이하 3개로 세분화하는 게 골자다.

중소기업 범위기준을 낮추면 대규모 중소기업은 하루아침에 중견기업으로 '신분'이 바뀐다. 중소기업으로 누린 정부 자금지원이나 세제혜택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범위기준 개편으로 단기적으로는 외형적인 중견기업수 확대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성장촉진과 정부의 중견기업 육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중소기업계 원로가 이와 관련해 던진 조언은 중기청이 한 번쯤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긴 안목에서 보면 정부의 범위기준 축소로 많은 중소기업이 정부지원책이 끊겨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이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중견기업 육성정책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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