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취업 '갑' 시대]삼성·LG 등 상반기 공채 80~85% 이공계… 마케팅·영업도 이공계 선호

#지난 2월 지방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K씨. 상반기 공채에서 당당히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 취업했다. 그의 평균학점은 4.5 만점에 3.19, 토익스피킹등급은 6급이다. 인턴·공모전 등 대외활동 경험이나 자격증은 없다. 흔히 말하는 고스펙과는 거리가 멀다.
취업시장에서 이공계와 인문계 졸업생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일자리가 풍부한 이공계 졸업자들은 당락보다는 경기 기흥을 '남방한계선'이라 부르며 지방근무여부를 고심할 정도로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반면 인문계 졸업자들은 갈수록 채용인원이 줄어들다보니 토익, 인턴, 해외연수 등 고스펙으로 무장해도 일자리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주요 그룹공채, 이공계 ‘싹쓸이’=이공계졸업생 선호현상은 올 상반기 대기업 공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삼성, LG, SK 등 주요 대기업들은 상반기 그룹공채 모집인원의 80~85% 이상을 이공계 전공자로 뽑았다.
삼성은 올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서 총 18개 계열사, 4천여명을 채용했다. 삼성 그룹 전체 채용인원에서 이공계 비율은 80% 이상,삼성전자(190,000원 ▲2,100 +1.12%)의 경우 85%가 넘는다.
삼성 그룹 관계자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는 수준에서 이공계 전공자들을 채용했다"며 "삼성전자 공채 모집인원이 다른 계열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고 이공계 비율도 이런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각 계열사별로 채용을 진행한 LG그룹의 경우 주요 계열사 중LG전자(117,900원 ▲2,000 +1.73%)만 인문계 졸업자를 채용했다. 상반기 공채를 실시한LG화학(315,500원 ▲4,500 +1.45%)은 공채 인원 250명 전원을 이공계 출신으로 채웠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3월 초 상시 채용으로 전환하면서 공채를 없앴다. 인문계 채용인원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SK그룹 역시 SK네트웍스를 제외하곤 상반기 채용에서 인문계 채용인원이 거의 없었다. 그룹 전체로는 지난해부터SK하이닉스(955,000원 ▲17,000 +1.81%)를 그룹 공채에 편입시키면서 상반기 채용에서 이공계 비율이 70% 이상으로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 공채 인원 400여 명 중 95%를 이공계 출신으로 뽑았다.
◇전자 등 주력산업 영향...마케팅·영업도 이공계 선호=취업시장에서 인문계 보다 이공계 인력 수요가 훨씬 더 많은 이유는 대기업 주력 계열사들이 대부분 전자·화학·소재 업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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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력 수요 역시 이들 업종의 연구개발 분야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이전에 상경계 인력으로 채워지던 마케팅·영업 등 직무에서도 제품 관련 전문지식과 기본 소양을 갖춘 이공계 출신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지방대 공대 졸업생과 서울 상위권 대학 상경계열 졸업생 중 취업시장에서 더 몸값이 높은 쪽은 단언컨대 지방대 공대생"이라며 "인문계 출신이 갈 수 있는 곳은 인사·총무·영업·홍보·재무 등 직무로 한정되며 그마저도 주로 경력자를 채용하기 때문에 문은 더 좁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인문계 전공자들은 영어·제2외국어·교환학생·인턴경험·자격증 등 각종 스펙을 모두 갖추고도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상대적으로 이공계 인력은 지방대 출신이라도 학점만 우수하면 취업이 어렵지 않다. 지방 소재 기업들은 수도권 명문대 출신보다 오히려 지방대학 출신을 선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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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지성 잡코리아 좋은일연구소 연구원은 "이공계 전공자들은 재학 중 진로가 어느 정도 결정되는데 비해 인문계 전공자들은 재학 시에는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다 실패할 경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이마저도 잘 안되면 중소기업 입사를 준비한다. 취업재수생들이 늘어 경쟁은 더 심화되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