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이케아, 너의 정체를 묻노라

[광화문]이케아, 너의 정체를 묻노라

송정렬 부장
2014.11.28 06:00

#2006년 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T전시회 취재를 마치고 짧은 일정으로 스웨덴을 방문한 적이 있다. 알프레드 노벨과 말괄량이 삐삐, 아바의 고향인 스웨덴은 왠지 첫 방문 같지 않은 친근함과 설렘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막상 스톡홀름의 알란다공항에 도착해 대면한 현실 풍경은 스웨덴의 글로벌 히트상품들로 각인된 이미지와 많이 달랐다. 국제공항의 소박함이란 국내 지방공항에 비해서도 초라할 정도였다. 인적 없이 눈만 쌓여있는 시내 거리와 띄엄띄엄 나타나는 낮은 건물들도 고요함보다 을씨년스러움에 가까웠다. 도대체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아바가 나왔을까.

8년이라는 시간 속에 스웨덴의 인상이 가물가물할 즈음 스웨덴을 대표하는 기업이 '고가' '동해 표기' 등으로 우리나라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다음달 18일 국내 1호점인 광명점 개장을 앞둔 글로벌 가구 및 인테리어 1위 업체인 이케아다.

이케아의 고향 스웨덴은 1년의 절반이 겨울이고 국토의 54%가 산림지대로 목재가 풍부하다. 이런 자연환경과 가정 중심의 생활문화를 고려하면 이케아는 글로벌 가구나 인테리어 시장을 장악할 수밖에 없는 필요충분조건을 갖고 태어난 기업인 셈이다.

또 '이케아, 불편을 팔다'(뤼디거 융블루트 지음)에서 문화학자 안드레아스 베른하르트는 "이케아 가구, 아바의 노래 등은 일종의 미학적 에스페란토(국제공용어)다"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스웨덴이 한 번도 자기만의 독특한 것을 발전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스웨덴은 그들의 제품에 국제적인 의미를 담아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케아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세계 42개국에 345개 매장을 갖고 있다. 가구를 비롯한 생활용품, 그릇, 옷, 장난감, 심지어 핫도그까지 1만여개 제품을 판매하는 이들 매장을 다녀간 고객수만 6억840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규모는 285억600만유로(약 40조원)다. 이에 비해 국내 가구업계의 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국내 가구시장의 70%는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차지한다. 국내 대형 가구업체들도 이케아에 비하면 어린아이 수준이다.

1호점 개장을 코앞에 두고 이케아가 최근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에 비해 일부 제품의 가격을 높게 책정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호갱' 논란을 일으켰다. 여기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제품을 바로잡기보다 한국에서만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한 꼼수는 국민감정까지 자극했다.

하지만 국내업체들 입장에서 중요한 사실은 이 같은 논란들이 이케아의 진출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바꾸진 못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국내 가구업체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은 이케아에 대한 비판에 섞인 국내업체들의 '가격 거품'을 질타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다.

차분히 짚어봐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이케아의 정체성이다. 이케아가 가구공룡에서 유통공룡으로 변신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이케아 전체 매출에서 대표상품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40%에 불과하다. 러시아에선 아예 대형쇼핑몰 '메가'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케아가 국내에선 '홈퍼니싱'(Homefurnishing)이란 낯선 단어를 앞세워 '대형유통점'이 아니라 '전문점'으로 정체성을 숨긴다는 점이다. 막바지 개장 준비에 한창인 광명점도 종합쇼핑타운이다. 이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전통상권의 보호를 위해 받는 신규 출점 자제, 의무휴업일 지정 등 각종 규제를 피하기 위한 '신의 한수'인 셈이다.

외국기업이라고 해서 차별을 받아서도 안 되지만 외국기업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대접을 받아서도 안 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경기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가 다시금 꼼꼼히 이케아의 정체성을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이케아도 노래만으로 전세계인을 사로잡았던 아바처럼 꼼수가 아니라 실력으로 승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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