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극장가에서 개봉된 애니메이션 '쥬로링 동물 탐정대'는 관객 2만5000명을 동원하는데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다. TV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이 애니메이션이 극장가에선 맥을 못춘 이유 중에는 자금력이 약해 적극적인 마케팅이 어려운 점도 포함된다. 실제 극장판 쥬로링 동물 탐정대 제작비는 19억원. 이중 마케팅 비용은 4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제작비가 15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겨울왕국 제작비의 1%에 불과한 제작비로 퀄리티 높은 작품이 만들어지기란 쉽지 않다. 결국 '돈'이 중요한 열쇠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준 사례다.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도 돈 때문에 빛을 못보는 애니메이션·캐릭터업체들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26일, 정부는 2015~2019년까지 애니메이션·캐릭터산업 육성을 위해 38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관련 업계에선 그야말로,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화관광체육부(이하 문체부)가 내놓은 육성 계획은 나름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38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근거가 설득력이 있다. 문체부는 애니메이션 분야에 2000억원, 캐릭터 분야에 1300억원, 이들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조성에 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문체부가 지원금의 상당부분을 국고로 충당할 예정이지만, 여기에 영화발전기금과 방송발전기금을 활용하겠다는 발상이 참신하다. 이미 방송발전기금의 경우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구체적인 내용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애니메이션업계에선 영화발전기금의 활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애니메이션과 일반 상업영화에 똑같은 수준의 발전기금을 징수하면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투자는 미미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니메이션에서 징수한 영화발전기금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재투자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토종 애니메이션이 영화산업발전의 기여도가 낮다보니 공염불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정부가 영화발전기금 활용을 언급한 것은 이번 지원사업이 상당히 구체성을 갖고 있다는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미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기업에서부터 이제 막 업계에 들어선 창업 기업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자금지원이 이뤄질 수록 한 점도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시대에 발맞춰 디지털 채널을 활용해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지원사업도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단순히 자금 지원 뿐 아니라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오던 제작사와 방송사의 불합리한 갑을관계를 꼬집고 이에 대한 대안책을 마련하겠다는 점도 기대를 모은다. 문체부는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표준계약서 도입을 애니메이션산업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독자들의 PICK!
문체부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방송사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해 봐야 하겠지만 좋은 작품이 단순히 시청률 등을 이유로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은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인 만큼 면밀히 살펴 가장 적합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캐릭터 강국인 미국과 일본, 그리고 최근 신흥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정부 지원사업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가 뒤쳐진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이 같은 중장기 육성 방안이 초심을 유지하며 어느정도 실현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어찌됐든 뒤늦게 나마 정부가 관련산업 육성에 나선 만큼 업계는 이번 육성 방안이 토종 애니메이션·캐릭터가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