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인호 대한방직 대표이사 "이탈리아, 일본 등 벤치마킹…이익중심 경영"
"최근 국내 방적설비가 42년만에 100만추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노동집약적인 섬유산업은 이제 국내에서는 이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로 이전하거나 사라지는 추세죠. 하지만 대한방직은 이탈리아나 일본처럼 고급화, 차별화로 승부를 걸어 국내 섬유산업을 이끌어갈 겁니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난 김인호 대한방직 대표이사(사진·49)는 최근 전주공장 부지 매각으로 섬유사업을 축소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안정적인 이익을 추구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 회사 내부에선 '적자'의 주범인 원사·원단 사업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했다. 전주공장의 경우 월 3억~4억원의 적자를 낼 정도로 심각한데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으로 국내 섬유산업의 경쟁력은 더 떨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섬유공학을 전공하고 1994년대한방직(6,770원 ▼30 -0.44%)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지난해 대표이사로 발탁된 김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20여년전 이탈리아와 일본의 섬유업계도 비슷한 위기에 처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익을 확대하는 섬유기업들이 있어서다. 그는 대한방직을 섬유산업의 강자로 키우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김 대표는 "이탈리아 섬유업계는 2000년 이후 중국 경제개방과 함께 저가 섬유가 수입되면서 위기에 처하자 디자인, 염색능력을 중점 육성했다"며 "이탈리아의 라티(Ratti)가 대표적인 기업으로 지금은 페라가모, 발렌티노 등 세계적인 명품업체에 납품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1990년대 후반에 위기를 맞은 일본 최초 방직회사 동양방직(Toyobo)도 유니클로, 아식스 등의 기업과 협업해 완제품을 공동개발하거나 섬유 이외의 사업을 78.1%(2015년)까지 늘리는 등 사업영역을 확대해 지속성장했다"고 말했다.
대한방직도 디자인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부가가치가 높은 특화상품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이다. 특히 실이나 원단을 판매하는 단계에서 최종 완제품인 의류까지 생산·판매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김 대표는 "대한방직은 이익률이 높은 특수사 생산을 위해 설비를 바꿔가는 한편, 단순히 주문을 받아 납품하는 방식이 아닌 '레인보우'라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생산해 프리미엄 퀼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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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복, 군복, 사냥복, 벌목용 작업복 등 유럽이나 미국에선 규제가 강한 기능성 의류시장에도 진출한다. 이를 위해 대한방직은 지난 9월 유럽 최대 작업복 직물업체 클로프만(Klopman)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는 "대한방직의 강점은 면사부터 원단까지 일관 생산라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워크복, 단체복 등 동일제품 생산설비에 최적화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에선 난연성, 초내열성 등 특수 작업복에 대한 규제가 강하기 때문에 기술이전을 통해 국내에 제대로된 특수복의 기준을 제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및 유엔 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수준의 군 관련 섬유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3년후, 5년후 대한방직의 모습을 숫자로도 명쾌하게 제시했다. 김 대표는 특수사·특수복 시장 진출로 2020년까지 연간 순이익 50억원 이상을 달성하는 이익중심 경영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지속적인 사업다각화로 매출 10% 이상의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주주환원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김 대표는 "최근 액면분할을 시작으로 전주공장 매각이 완료되는 내년에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정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다만 지금은 섬유 강자로 발전하기 위해 경영에 집중해야하는 시기인만큼 주주들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