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1년]내년부터 50인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도 적용..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 등 제도 보완요구

# 중견기업 A사 대표는 지난 1년이 악몽 같다. 지난해 7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앞서 직원을 대규모로 신규 채용했다. 기존 인력으로는 납기일을 맞출 수 없어서다. 이런 노력에도 제품 납기일을 지키지 못해 매출이 줄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급여와 퇴직금이 줄자 직원들이 야근할 수 있는 기업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3월말 52시간 근로제 위반에 대한 계도 기간(처벌 유예) 종료를 앞두고 인력에 맞춰 생산량을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A사 대표는 "중국과 베트남 경쟁사의 저가 공세에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산량이 줄었다"며 "내수침체와 경제 불황에서 수익성도 낮아져 회사 설립 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 또다른 중견 건설사 B대표는 해외건설 현장에서 추가 인력을 고용하면서 인건비가 30% 더 늘어났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인건비 부담으로 공사를 포기하고도 싶지만 지체상금(손해배상금)이 우려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B대표는 "개선, 보완대책이 없는 상태로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 기업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또 시장경제 논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영인 대부분은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업계의 생존이 달린 중대한 사안인 만큼 현실적이고 반영 가능한 실질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1년 동안 많은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 수익성 악화, 경쟁력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년간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주 52시간 근로 관련 청원은 2333건에 이른다.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받는 근로자 50인 이상~300인 미만 중소기업 2만7000여곳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일을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근로자는 월급이 줄고, 경영자는 자칫 범법자가 될까봐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며 "주 52시간제는 지킬 수 없고 지켜도 행복하지 않은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할 경우 그 후폭풍은 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계는 주 52시간 단축에 따른 폐단을 막기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탄력근로제는 특정 기간의 근무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기간은 단축시켜 평균 근무시간을 법정근로시간 내로 맞추는 유연근무제 일환이다. 물류나 생산 등 업무량이 주기나 계절적으로 유동적인 기업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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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은 "영세한 업체일수록 구조적으로 인력 충원이 어려워 기존 인력의 장시간 근로가 불가피하다"며 "최소한 50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단위기간 1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제도를 보완하고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현장에선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 노동시간단축 법제화 방향에 수정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고용촉진을 위해서는 독일과 같이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해고제한법 적용을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소상공인 최저임금 구분적용, 유연근로시간제 등 일자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노동제도를 보완해야 하고 인재양성을 위한 평생직업훈련체계 등 교육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