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외발자전거 탄 벤처생태계]주영섭 전 중기청장 "M&A가 곧 R&D, 인식변화 필요"

"CVC(기업벤처캐피털)를 활성화해야 혁신기업이 탄생한다."
2016년부터 2017년 중반까지 중소기업청장을 역임한 주영섭 고려대학교 석좌교수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대기업의 CVC 도입 필요성을 강력히 피력했다.
정부는 지난 1일 대기업 지주회사가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보유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보험회사를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금산분리' 규제를 일부나마 21년만에 푸는 것이다.
주 교수는 정부의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세계의 흐름은 배려와 공생을 화두로 내세운 '자본주의 4.0' 시대정신"이라며 "초변화 시대에 혁신 없이 생존은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픈이노베이션의 핵심은 M&A(인수합병) 등을 통한 혁신의 공유에 있는데 CVC가 그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며 "CVC는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벤처기업이 대기업에 기술을 공유하고 혁신을 일으키는 파이프라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CVC가 허용되면 대기업이 더 비대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그건 옛날 얘기다"며 "삼성, LG 등 몇몇 대기업을 빼놓고는 해외에 나가면 글로벌 기업이 아니다. 해외에서 경쟁하려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에 대응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CVC를 통한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CVC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대기업의 CVC 허용뿐 아니라 추가적인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과거에는 기업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스타트업·벤처기업,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해왔다"면서 "이는 처벌이 약하기 때문인데 미국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천문학적인 배상을 할 수 있게 법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CVC나 M&A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M&A를 R&D(연구개발)로 간주해 세제혜택을 주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기술을 돈 주고 개발해야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사올 수도 있다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M&A를 R&D(연구개발)로 간주해준다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할 것이고 CVC를 통한 M&A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고 했다.
주 교수는 M&A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스타트업 CEO들도 기업을 아들에게 물려주려 한다"며 "지분을 지키고 기업을 유지하려고 10년, 20년 기다려 IPO를 하려고 한다. 그런 생각이면 혁신을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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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반대로 "미국 스타트업은 대부분 IPO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했다. 기술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한 기술을 유지하면 도태된다는 생각에 IPO보다는 오히려 M&A를 목적에 두고 창업을 한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예를 들어 전체 기술을 다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을 타깃으로 한다면 구글이 필요한 기술만을 개발해 구글에 팔고 또 다른 기술로 창업을 한다"며 "이 같은 미국 생태계를 한국 기업이 따라가게 되면 국내 벤처 생태계는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