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인터뷰

지난 19일 찾은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주성엔지니어링 연구개발(R&D) 센터 입구에는 대형 태극기가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기술독립'의 정신을 잊지 않고 산업 국가대표로 뛰고 있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을 직원들이 느낄 수 있도록 365일 태극기를 걸어 놓는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1년 전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의 기술독립에 사활을 걸었다. 이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장비 국산화를 이룬 황 회장은 전면에 나서 '대·중소기업의 협력과 도전정신, 혁신' 등을 통한 기술독립의 중요성을 외쳤다. 지난해 10월에는 소부장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장을 맡아 소부장의 국산화를 위해 대·중소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벤처 1세대 기업가인 황 회장을 만나 수출규제 1년의 성과와 과제,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대응전략 등을 들어봤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성과를 꼽는다면.
▶1년 전에는 소부장 분야의 국산화에 대해 '안된다. 어렵다. 못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1년이 지난 후에는 '된다. 할 수 있다. 협력하자'는 인식으로 바뀌었다. 국산화를 몇퍼센트까지 이뤘다는 결과보다 인식의 전환을 이룬 것이 더 의미 있는 성과였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역사가 40년 가까이 됐는데 그 동안 의식의 변화가 많이 미흡했다고 본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소부장과 관계된 모든 리더분들이 한마음으로 협력하고, 열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큰 의식의 변화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일본 수출규제가 우리나라의 취약점을 드러낸 계기라고 본다.
▶그렇다. 1980년대 고속성장할 당시의 인프라와 인력들이 대한민국을 이끌어왔다. 해외협력, 해외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성장하다보니 해외 기술의존도가 높았다.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기보다 안정된 안프라를 활용하려고만했다. 우리가 성장하는데는 도움이 됐지만 진짜 1등을 위한 준비는 못했다. 일본 수출규제로 과거 1년동안 이 인식을 바꾼게 가장 큰 성과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한다니까 국가와 모든 산업군이 위기의식을 느꼈다. 글로벌 협력, 글로벌 밸류체인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지속가능한 분업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누구도 갖추지 못한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대기업들은 왜 국산화에 소홀했던 것인가.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려 해서다. 기존 시장이 안정화 돼 있는데 굳이 국내에서 돈과 시간을 들여 국산화를 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기업 직원, 최고경영인(CEO)뿐 아니라 오너들도 '국산화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했다. 또 해외국가, 해외기업들과의 기존 협력관계를 무너뜨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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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통상무역으로 성장했다. 다른 국가와의 통상도 중요하지 않는가.
▶과거 우리나라는 통상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이후에는 지식, 정보, 기술 등이 빛의 속도로 공유되고 있다. 실시간 정보가 공유되다보니 리더가 시장을 설득하기도 어려워지게 됐다. 좋은 관계만으로 통상을 유지하기 힘들어지게 된 것이다. 또 빠른 정보 공유는 오히려 자국 우선주의를 초래했다. 미국, 중국 뿐 아니라 유럽 등 전세계가 자국이익 중심주의 국가로 가고 있다.
특히 실시간으로 정보가 공유되다보니 지식 경쟁력이 없어지게 됐다. 누가 잘 아느냐, 많이 아느냐의 경쟁력이 아니라 누가 '빨리알고 빨리 실행하느냐'가 경쟁력이 됐다.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를 통해서는 빠른 대응이 어렵다. 자본력도 있고 많은 인력을 갖춰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 조직에서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하면 시기를 놓치게 된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분업적 협력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4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다.

-소부장 강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과 앞으로 남은 과제는.
▶소부장의 '국산화 정책'은 굉장히 중요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국산화만으론 경쟁력이 없다. 이제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시스템을 먼저 구축해 혁신 1등 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모방경제에서 혁신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대학-국책연구소- 대기업-중소기업이 수평적인 5자 연합체를 결성해야한다. 이 조직이 모두 하나로 일체화되면 세계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다. 일본 수출규제가 의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는 됐지만 우리 기업들이 진짜 1등에 자리에 오르진 못했다. 이를 위해선 혁신해야 한다. 미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협력과 혁신이 필요한 시대다. 모방에서 비롯된 국산화는 잊어버리고 세계 1등을 위한 혁신과 R&D에 집중해야 한다.
-R&D가 중요한 이유는.
▶1등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혁신이다. 1등할 수 있는 유일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기술의 혁신이다. 진정한 1등이 되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기술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국내 기업들이 R&D 투자에 소극적이란 지적이 많은데.
▶R&D 투자도 중요하지만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정부의 구매관행은 최저가 '공개입찰'이다. 혁신의 가치는 인정해주지 않는다. 국가가 혁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가장 싼것을 선호하고 구매하는데 누가 투자하고 연구하겠는가. '가격 위주'의 조달이 아니라 '혁신 위주'의 조달이 선행 돼야 한다. 또 기업들의 기술혁신은 무조건 보호해줘야 한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기술탈취 등의 문제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기술혁신을 보호해주지 않는데 누가 혁신을 하기 위해 R&D에 투자를 하겠는가.
-상생이 여전히 이슈다. 반상생이 많다는 반증인데.
▶대기업이 1등하겠다고 하면 기존시장에 없는걸 함께 개발하고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방경제에서 코스트(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진정한 동반상생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는 매출을 많이 내는 1등이 아니라 진정한 혁신을 이뤄 1등을 해야 한다. 그래야 모방경제에서 혁신경제로 전환될 수 있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대·중소 상생협의회장을 맡으셨다. 어떤 일을 하셨는가.
▶가장 먼저 혁신, 1등을 해야 성공하는 시대다. 이를 위해선 대학, 출연연, 대∙중소기업, 창업기업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 이 것은 훌륭한 리더와 리더십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노력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도록 할 것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잘 살고,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 전략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세계 협력체계는 바뀌게 될 것이다. 최근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모든 활동이 '올스톱'됐다. 글로벌 밸류체인에 큰 문제가 생기게 됐다. 글로벌 밸류체인을 지속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으로 갈 것이다. 그렇다면 로컬 밸류체인으로 가야만 한다. 가장 가까운데서 지속가능한 분업적 협력체계를 구축하는게 미래의 기업에 필요한게 아닌가 생각한다. 통상방법과 구성을 미리 예측해서 해야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야할 일이다. 지속성장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할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설립하는 등 후배 양성에도 힘쓰고 계신다. 창업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과거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에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일했지만, 현재는 행복을 위해 일하고 있다. 행복은 좋은 일을 통해 만들어지며, 좋은 일을 만드는 사람이 기업가라고 생각한다. 새로 창업하시는 분들도 좋은 일을 많이 만들어서 국가와 사회가 보다 행복해 지는데 기여를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