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병원서도 1분만에 폐질환 검사…천식 환자가 만든 신기술 뜬다

동네병원서도 1분만에 폐질환 검사…천식 환자가 만든 신기술 뜬다

최우영 기자
2026.05.13 05:00

[스타트UP스토리] 김병수 티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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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티알 대표는 "물리치료사를 그만 두고 연구원이 되기 위해 찾았던 대학원에서 만든 시제품으로 창업까지 이어지게 됐다"며 "환자들을 위한 치료법을 연구하려던 초심을 끝까지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최우영 기자
김병수 티알 대표는 "물리치료사를 그만 두고 연구원이 되기 위해 찾았던 대학원에서 만든 시제품으로 창업까지 이어지게 됐다"며 "환자들을 위한 치료법을 연구하려던 초심을 끝까지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최우영 기자

"대부분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들은 상태가 나빠진 뒤 숨소리마저 '색색'거릴 때에서야 대학병원을 찾더라고요. 폐 기능은 개선이 힘들기에 최대한 초기에 악화되는 걸 막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지난주까지 치료 받던 분이 이번 주에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는 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김병수 티알 대표는 대학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던 당시 만났던 수많은 폐질환 환자들이 순식간에 사망하는 걸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김 대표 스스로도 천식 환자라서 호흡기 질환에 대해 경각심이 높았다. 왜 대학병원에 오기 전까지 많은 이들이 조기진단을 받지 못할지 안타까워하던 게 결국 창업까지 이어지게 됐다.

동네병원서 잡기 힘든 초기 폐질환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김 대표는 동네병원(1차 병원)에서 COPD를 찾아내는 게 힘든 이유로 '부족한 호흡기내과 전문의'를 꼽았다. 대한의원협회에 따르면 개원의 중에는 소화기내과, 가정의학과 전문의나 일반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폐질환을 정확히 진단한다는 게 쉽지 않다.

해외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WHO에 따르면 2024년 기준 COPD는 단일 질병으로 전 세계 사망원인 3위에 해당하지만 1차 의료기관의 진단율이 2.5%에 불과한 실정이다.

김병수 대표는 "폐질환을 조기진단하려면 인프라를 1차 병원마다 깔아야 하는데 기존 폐 검사기는 너무 비싸고 사용법도 어려운 데다 결과를 판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동네병원에서 폐질환이 의심된다고 대학병원에 보내는 편지를 써줘도 예약하는 데 6개월 걸리고, 그땐 이미 늦는다"고 말했다.

전문의 없이도 검사부터 판독까지 '원스톱' 해결
티알의 호흡기질환 솔루션 스피로킷. /사진=티알
티알의 호흡기질환 솔루션 스피로킷. /사진=티알

티알의 호흡기질환 검사 솔루션 '스피로킷(SPIROKIT)'은 기존 검사기의 한계를 극복해 1차 병원에서 조기에 폐질환을 진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1인당 10~20분 걸리던 검사시간을 1~2분으로 줄였다. 거대한 모듈레이터나 연결된 PC 없이도 손에 잡히는 사이즈의 호흡 장비와 태블릿PC만 있으면 된다. 가격도 대폭 줄였다.

간편한 검사 이후 데이터가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되고 자동으로 판독까지 이어진다. 알고리즘을 분석해 환자가 천식인지 COPD인지, 질환이 있다면 몇단계인지를 알려준다. 일반 간호사도 쉽게 검사할 수 있다. 판독 결과를 바탕으로 비전문의도 진단과 처방이 쉬워진다.

스피로킷의 성능은 의료 현장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중앙대병원, 충남대병원, 하나로의료재단 등 400곳 넘는 병원에서 스피로킷을 도입해 매주 1만명 이상이 검사를 받고 있다. 이렇게 고스란히 쌓이는 데이터로 인해 진단의 정확도는 더욱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올해 본격 매출 발생…힘 실어준 대웅제약과 디캠프
티알 멘토링을 맡은 김현준 뷰노 창업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티알 멘토링을 맡은 김현준 뷰노 창업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티알은 지난 3월 메이저 제약사인 대웅제약(143,700원 ▲3,900 +2.79%)과 스피로킷 국내 총판 계약을 맺었다. 대웅제약은 SI(전략적 투자자)로도 참여했다. 김병수 대표는 대웅제약을 '파트너'보다는 '날개'라고 표현했다.

그는 "스피로킷을 병원에 판매하기 위해 나서보면 미팅 성사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유수의 메디테크 스타트업들이 아직 흑자를 못 내는 이유가 영업망 확보의 어려움 때문인데 대웅제약이 이런 부분을 많이 해결해줬다"고 전했다.

스피로킷은 기기와 필터, 검사권까지 묶인 패키지 형태로 팔린다. 지난해 연매출은 4억3000만원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4월 중순까지 이미 5억원이 넘어갔다. 김 대표는 "대웅제약의 영업망 덕분에 올해 본격적으로 매출을 거두고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선발된 '디캠프 배치 2기'도 소중한 자산으로 꼽았다. 대웅제약 같은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에 대한 영감을 디캠프로부터 얻었다는 것. 디캠프는 티알의 일대일 멘토로 의료전문기업 뷰노 창업자인 김현준 전 대표를 맺어줬다. 김 대표는 "1세대 메디테크 창업자인 김현준 대표가 의료기기 인허가 전략과 투자유치 관련 노하우를 가르쳐줬다"며 "확실히 직접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 받으며 굉장히 많이 의지가 됐다"고 돌아봤다.

"전 세계에서 1억명씩 매일 쓰는 진단기기 될 것"
스피로킷을 설명 중인 김병수 티알 대표. /사진=최우영 기자
스피로킷을 설명 중인 김병수 티알 대표. /사진=최우영 기자

티알에게 유리한 사업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올해부터 56세 및 66세 대상 국가건강검진에서 폐 기능 검사를 함께 시행하는 게 법제화됐다. 김 대표는 "COPD는 고령 질환, 환경성 질환이기에 환자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고 언젠가 국가검진에도 의무화될 것이라고 확신하긴 했다"면서도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법제화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티알은 현재 검사와 판독 위주로 제공하는 스피로킷 솔루션을 한 단계 끌어올려 조만간 '진료 방향'까지 제시해줄 예정이다. 폐 기능 검사 후 파악된 환자의 상태를 COPD 및 천식 진료지침에 맞춰 어떤 상황인지, 어떤 치료가 적절한지 동네병원에서도 처방해줄 수 있게 된다. 전문의 없이도 환자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는 고스란히 새로운 매출이 된다.

해외 진출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일본에선 지역의사회와 함께 기술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에선 글로벌 대형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를 통해 중동의 허브인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연결됐다. 김 대표는 "중동에서 사업 진척에 속도를 내면 그다음 목표는 유럽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환자들이 하루에 1억명씩 스피로킷을 써서 폐 질환을 조기진단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그렇게 선점하는 글로벌 데이터는 사업적으로는 진입장벽이 될뿐만 아니라 더 많은 환자를 빠르게 구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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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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