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메디컬테크 강소기업 '쉬엔비'

지난 14일 찾은 서울 성수동 거리.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K뷰티 성지'이자 필수 쇼핑코스로 꼽히는 이곳에는 세계 96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K메디컬테크' 강소기업 쉬엔비가 자리 잡고 있다. 사옥 10층으로 들어서자 한쪽 벽면에 쉬엔비가 보유한 특허권과 각종 상장 50여 개가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1999년 설립된 쉬엔비는 고주파(RF), 플라즈마, 초음파 기술 기반의 미용 의료기기를 전문으로 제조하는 중소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주로 피부과 병원 납품용으로 공급된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412억원으로, 이 중 80% 정도인 332억원이 해외에서 발생한 전형적인 수출형 기업이다. 임직원 수는 104명에 불과하지만 수출 국가는 96개국에 달한다. 강선영 쉬엔비 대표는 "지난해에만 500명의 해외 병원 원장들이 회사를 찾았다"며 "심지어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처럼 현재 전쟁 중인 국가에서도 제품을 구매하러 온다"고 말했다.
쉬엔비 사옥은 단일 건물 내에서 개발부터 생산, 품질 검수, 출하까지 제품 제조의 모든 사이클이 이뤄진다. 메인보드 등 핵심 기술이 담긴 부품을 제외한 기본 부품은 외부 제작 의뢰를 거쳐 사옥 내부에서 조립된다. 건물 지하 1층에는 입고 날짜와 수량 등 기본 정보가 상세히 기록된 박스들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같은 층 다른 한 켠에서는 한 직원이 앉아서 제품과 연결된 한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QC(품질 관리)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 곳에서는 각 품목별로 월 평균 100대씩 생산된다.

쉬엔비의 핵심 경쟁력은 기술력이다. 1세대 마이크로니들 RF 장비 '비바체'는 미국 시장에서 동종 제품군 판매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를 계승한 3세대 '버츄RF'는 정부가 지정하는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질소·아르곤 가스를 이용한 국내 첫 듀얼 플라즈마 기기 '플라듀오'와 비침습 고주파 리프팅 장비 '써니'도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획득한 차세대 비침습 의료기기 '다이아코어'를 더해 현재까지 FDA 승인을 받은 쉬엔비의 제품은 6개다.
쉬엔비는 설립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공략했다. 2002년부터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수출을 시작했으며 특히 시장 규모가 큰 미국 시장 진출에 주력했다. 진출 초기엔 국내 동양인 기준 임상 자료만으로 도전했다가 FDA 승인이 모두 거절되는 난관을 겪었다. 이에 2011년부터 미국 현지 임상에 직접 착수했고 5년 만인 2016년 첫 FDA 승인을 확보하며 이 돌파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한 데이터 축적과 R&D(연구개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쉬엔비는 제품별 임상 결과를 담은 SCI급 논문 6편 이상과 28건의 특허를 보유 중이다. 전체 임직원의 20% 수준인 22명이 R&D(연구개발) 인력이다. 강 대표는 "해외 의사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특허와 논문 등 객관적인 지표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기술력을 알아본 글로벌 기업들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 등 위탁생산 요청이 적지 않지만 쉬엔비는 모두 거절하고 있다. 기술 주도권을 갖고 자체 제품으로 내실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상장(IPO) 계획도 없다. 외부 투자를 통한 단기 외형 확장 대신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근차근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강 대표는 "FDA 인증과 글로벌 시장 경험을 기반으로 '메이드인코리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