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이는 폭염…'냉각 기술'에 뭉칫돈 몰린다

사람 죽이는 폭염…'냉각 기술'에 뭉칫돈 몰린다

최우영 기자
2026.07.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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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록적 폭염 지속되며 '냉매 없는 에어컨'부터 '끓는 냉각수'까지 대규모 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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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전역에 폭염특보가 별효 중인 30일 오전 시가지 위로 뜨거운 아침 햇살이 내려쬐고 있다. /사진=뉴스1
경북 포항시 전역에 폭염특보가 별효 중인 30일 오전 시가지 위로 뜨거운 아침 햇살이 내려쬐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프랑스 파리의 낮 최고기온이 44도까지 치솟는 등 유럽 전역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며 1만명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낮은 에어컨 보급률과 값비싼 전력 비용이 어려움을 부추기고 있다. 폭염이 재난인 동시에 거대한 시장으로 변하면서 글로벌 벤처투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30일 유럽 스타트업 데이터 플랫폼 딜룸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기후테크 스타트업 투자는 383억달러(약 57조원) 수준이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94억달러(약 29조원)가 몰렸다.

사람도 데이터센터도 '식혀야 산다'
주요 글로벌 스타트업의 냉각기술/그래픽=윤선정
주요 글로벌 스타트업의 냉각기술/그래픽=윤선정

영국 스타트업 '바로칼(Barocal)'은 냉각을 위해 냉매를 사용할수록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드는 '악순환'을 끊겠다며 나섰다. 에어컨과 냉장고에 쓰이는 화학 냉매를 아예 배제하고 압력 변화에 반응해 온도가 변하는 고체형 '바로칼로릭 소재'로 냉난방을 구현하는 기술을 앞세워 지난 5월 1000만 달러(약 150억원) 규모 시드 투자를 받았다.

AI가 확산될수록 더 뜨겁게 열을 내뿜는 데이터센터 역시 냉각이 절실하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주타코어(ZutaCore)'는 AI 반도체 표면에 비전도성 특수 액체를 직접 흘려 끓여 열을 뽑아내는 기술로 지난달 1억달러(약 15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삼성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삼성벤처투자가 글로벌 공조업체 캐리어, 일본 미쓰비시전기와 공동으로 리드 투자자로 참여했다.

미국 MIT 원자력공학 연구진이 창업한 '페르베렛(Ferveret)'도 원자력발전소 냉각 원리를 응용한 액침냉각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의 3분의 1가량이 칩을 식히는 데 쓰이는 만큼 AI 붐이 계속되는 한 냉각 기술은 병목이자 기회가 된다.

한국 냉각기술은 '글로벌 탑티어' 실제 산업화는 부족
서울 용산소방서 후암119안전센터 소방대원들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순찰 중 지면 온도를 낮추기 위해 살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용산소방서 후암119안전센터 소방대원들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순찰 중 지면 온도를 낮추기 위해 살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냉각기술 수준 자체는 뛰어나다. 전기 없이 열을 우주로 방출해 표면 온도를 낮추는 '복사냉각' 분야에서 국내 연구진의 성과는 세계적 수준이다. 고려대 연구진은 1㎡당 100와트 냉각이 가능한 냉각페인트를 개발해 냉동창고 표면 온도를 10도 이상 낮췄고 한국화학연구원과 중앙대 연구팀은 여름 직사광 아래서 주변보다 9도 낮아지는 생분해성 냉각필름을 만들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색상을 입힌 복사냉각 소재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표면 온도를 10도 이상 낮추는 냉각섬유를 내놨다.

문제는 이 성과들이 대규모 투자까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폭염이 대규모 투자로 이어지는데 비해 국내 투자 수준은 미약하다. 2019년 GIST에서 나온 복사냉각 스타트업 '포엘', 국내에서 유일하게 액침냉각기를 만드는 '데이터빈' 등은 여전히 스케일업을 준비 중이다.

냉각기술에 대한 수요는 적지 않다. 제조업 현장에선 근로자의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웨어러블 기기가 보급되고, 건설 현장에선 실시간 체감온도 모니터링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조선소들은 바닥에 매일 수백톤의 물을 뿌리며 열기를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폭염 대응이 산업안전의 핵심 과제가 되면서 냉각·열관리 기술을 사줄 곳은 늘어나는데 정작 이 돈이 외국으로 대거 유출되는 형국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폭염이 일상이 된 이상 냉각기술은 기후테크 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수요가 보장된 영역"이라며 "대학교나 출연연의 원천기술을 창업화시킬 수 있는 지원책과 함께 국내 데이터센터와 산업현장에서 충분한 수요를 꾸준히 공급해 초기 스타트업의 실증 무대를 열어주는 정책이 어우러진다면 국내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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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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