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줌·브이피피랩 등 스타트업 이어 대기업도 시장 눈독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에 기회 활짝, AI발 수요속 기대 ↑
8월 초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에 전력수요가 한때 역대 최대치에 육박했다. 휴가철이 끝나고 산업체 조업이 재개되는 이달 중순에는 전력수요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이에 발전소를 짓는 대신 흩어진 전력자원을 끌어모아 파는 'VPP'(가상발전소) 스타트업들이 주목받는다. 남는 전기를 저장했다 팔고 안 쓴 전기를 수익으로 바꾸는 이들의 기술력이 전력피크를 견디는 완충재 역할을 하면서 에너지테크 시장에 자금과 대기업이 동시에 몰린다.

◇역대 최대 전력수요 온다
10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8월 3주차 전력수요는 올여름 최대치인 94.1~98.8GW(기가와트)에 이를 전망이다. 폭염이 길어지고 흐린 날씨가 겹쳐 태양광 발전량이 줄어드는 상황이 되면 상한선인 98.8GW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2024년 8월 기록한 역대 최대치인 97.1GW를 뛰어넘게 된다.
전력을 더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1년 중 며칠에 불과한 피크시간대를 감당하려고 발전소를 새로 짓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흩어진 태양광·ESS(에너지저장장치)·전기차 충전기 외에도 공장과 건물의 절전여력까지 하나로 묶어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VPP가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발전기 없이 전기를 공급하는 셈이다.
◇안 쓴 전기, 돈이 된다
국내 VPP 기업들은 이미 실적으로 기술력을 입증했다. 2019년 국내 1호 VPP 기업으로 등록한 '해줌'은 AI(인공지능) 기반 자동제어 플랫폼 '해줌V'로 재생에너지 준중앙급전 제도등록 자원의 약 절반인 233㎿(메가와트) 규모를 운영 중이다. 준중앙급전은 전력거래소의 급전지시에 따라 발전량을 조정하고 이행률에 따라 정산금을 받는 제도다. 과거 손실로만 여긴 출력제어를 수익모델로 바꾼 것이 핵심이다.
전력이 가장 부족한 시간대에 공장이나 건물이 사용을 줄이면 그 절감분을 발전한 것으로 쳐서 대가를 지급하는 '수요반응'(DR) 제도 역시 사업기회가 된다. 에너지테크 기업 시너지는 전기요금 단가차액과 ESS 방전으로 수익을 내는 'ESS-DR'(수요반응형 에너지저장장치)를 주력으로 삼아 2024년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2024년 6월 에너지테크 스타트업 중 처음으로 증시에 입성한 그리드위즈는 VPP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망 자원으로 활용하는 V2G(Vehicle to Grid) 기술확산에 힘을 싣는다.
◇판 키우는 입찰제도…대기업도 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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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과 함께 전력거래소가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도입하면서 1㎿를 넘는 태양광·풍력이 일반 발전기처럼 발전량과 가격을 입찰하고 정산금을 받는 길이 열렸다. 설비용량 3㎿ 초과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흩어진 소규모 자원을 묶어 시장에 내놓는 VPP 사업자에는 직접적인 사업기회다.
플레이어도 늘고 있다. 브이피피랩은 자체 플랫폼 '플로우-V'에 AI를 적용해 발전소별 최적의 예측모델을 구축했고 제주에서 검증한 VPP에 수요반응과 V2G 자원까지 결합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에너닷은 에너지 신사업 기업 인업스와 합병해 120㎿ 규모의 수요관리 자원과 141㎿ 규모의 소규모 전력중개 사업역량을 확보했다. 전력거래소의 VPP 시범사업과 제주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은 곳들이다.
최근 LS일렉트릭 등 대기업과 발전 공기업까지 전력중개·VPP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스타트업이 먼저 개척한 시장에 자금력과 시공능력을 갖춘 대기업이 진입하는 모양새다.
한 에너지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는 "가뜩이나 AI데이터센터가 전력수요를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발전출력 제어는 일상이 될 것"이라며 "흩어진 전력자원을 얼마나 정교하게 묶고 정확히 예측하는지가 에너지테크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한 관건"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