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입 vs 정당한 감독…민간재단 대표 선임 놓고 '관치 논란'

정부 개입 vs 정당한 감독…민간재단 대표 선임 놓고 '관치 논란'

류준영 기자
2026.08.31 09: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해외 스타트업 행사장에 설치·운영된 GDIN K-스타트업 전시부스/자료사진=머니투데이
해외 스타트업 행사장에 설치·운영된 GDIN K-스타트업 전시부스/자료사진=머니투데이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해 온 민간재단 글로벌디지털혁신네트워크(GDIN)의 대표이사 연임 문제를 놓고 주무관청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재단 측이 정면 충돌했다. 정부 출연금 없이 설립된 민간재단의 인사에 정부가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재단법인 GDIN 김종갑 대표는 최근 수원지방법원에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대표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 6월 열린 이사회에서 연임안이 부결된 데 따른 것이다.

GDIN은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 시절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부설기관으로 출범한 본투글로벌센터가 모태다. 김 대표는 2015년 본투글로벌센터에 합류해 민간재단 전환을 주도했고, 2023년 8월 GDIN이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독립하면서 초대 대표를 맡았다.

GDIN은 출범 후 지난해 12월까지 3335개 기업을 지원했으며, 컨설팅 2만3184건, 해외 특허출원 1407건, 해외법인 설립 159건, 투자유치 연계 5조2582억원 등의 성과를 냈다. 지원 기업 가운데 코스닥 상장사는 13곳, 유니콘 기업은 3곳에 이른다.

GDIN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더욱 넓히고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부 사업에 의존하기보다 민간의 전문성·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2023년 민간 독립기관인 재단으로 전환해 새로운 운영체계를 구축했다.

민간 독립기관으로서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재단 전환의 주요 취지였던 만큼, GDIN은 재단 설립 당시 정부 출연금을 받지 않았다. 본투글로벌센터의 2021년 중장기 발전계획에도 정부 기금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지속가능한 민관협력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GDIN은 민간재단으로 독립한 이후에도 정관에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을 당연직 이사로 두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위탁사업 등 정부 사업을 수행해왔다. 정부 사업과 자체 사업을 함께 수행하는 구조가 이번 갈등의 배경이 됐다.

논란은 지난 6월 이사회에서 불거졌다. 김 대표 측에 따르면 당시 이사회에는 김 대표와 과기정통부 측 이사, 민간기업 대표, 법조인 등 5명이 참석했다. 김 대표 연임안이 상정됐고, 과기정통부 측 이사는 연임에 반대하며 김 대표의 이석을 요구했다. 김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이사의 재선임안은 가결됐지만 김 대표 연임안은 부결됐다는 게 김 대표 측 설명이다.

당시 회의록에는 과기정통부 측 이사가 "새롭게 정부가 쇄신하기 위해 연임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일부 민간 이사가 "주무관청 쪽에서 반대하니 연임 찬성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 이후 과기정통부는 재단에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조속히 이행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김 대표 측은 이를 정부의 인사 개입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정관에 명시된 해임 사유와 절차를 지키지 않고 정부 측 이사 주도로 현직 대표를 배제했다"며 "정부가 제시한 후추위 규정 역시 공고 기간이 10일에 불과해 관료 출신을 앉히기 위한 요식 행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사업은 종료 후 잔액을 전액 반납하는 구조라 정책 사업으로 인한 재단 수익은 없다"며 "자체 사업으로 순이익을 꾸준히 늘려왔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 측은 정부의 일방적인 인사 개입이라는 주장을 부인했다. 정부 예산이 매년 투입되는 만큼 재단이 제대로 운영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연임 부결 역시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 대표에게 충분히 의견을 밝힐 기회를 준 뒤 김 대표를 제외한 이사들이 표결해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후임 대표 역시 정부 인사를 내려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공개 모집을 통해 민간 전문가를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법적 쟁점은 정부의 감독권이 민간재단 대표의 선임·연임까지 포괄하느냐다. 법무부 관리·감독 업무 편람에 따르면 민법상 비영리법인의 사무는 설립허가를 한 주무관청이 검사·감독하며, 필요시 관계 서류 제출을 요구하거나 사무·재산 상황을 검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업무·재산 감독권이 대표이사 선임·연임에 대한 인사권까지 의미하는지는 별개 문제다.

업계는 관련 규정에 주무관청의 개입 범위와 요건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감독권을 근거로 정관이나 주요 의사결정에까지 폭넓게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재단으로 독립한 뒤 정부 사업을 수행하는 GDIN의 경우, 정부의 예산 감독과 재단의 인사 자율성 사이 경계를 어디에 둘지가 핵심이다. 이번 사건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정부 지원으로 출발한 조직이 민간 독립기관으로 전환한 뒤에도 정부 사업을 수행할 때, 정부 감독권과 민간법인의 독립성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가늠할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은 한 차례 심리 후 양측에 추가 자료와 의견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판단은 다음 달 나올 전망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