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줄 돈 없어" 결혼반지까지 팔았는데...기술로 '반전' 이룬 이 회사

"월급 줄 돈 없어" 결혼반지까지 팔았는데...기술로 '반전' 이룬 이 회사

최태범 기자
2026.09.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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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 장영휘 위베어소프트 대표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장영휘 위베어소프트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장영휘 위베어소프트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인터넷 브라우저 주소창 왼쪽의 자물쇠 아이콘. 웹사이트와 이용자 사이의 접속 구간을 암호화해 정보 유출과 데이터 위·변조를 막아주는 SSL(Secure Sockets Layer) 인증서를 뜻한다.

이 인증서는 2018년 구글이 크롬 브라우저에서 HTTPS가 아닌 사이트에 '안전하지 않음' 경고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모든 웹사이트의 필수품이 됐다. 국내 웹사이트의 99% 이상, 전세계 85% 이상이 SSL 환경에서 돌아간다.

이용자 입장에선 무심코 지나치는 작은 표시지만, 기업 IT 담당자들에게는 최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SSL 인증서의 유효기간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글로벌 인증기관·브라우저 협의체 'CA/브라우저 포럼'은 지난해 4월 인증서 유효기간을 단계적으로 축소키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1년에 한 번이면 끝났던 인증서 갱신 작업 주기가 2027년에는 100일로 줄고, 2029년부터는 47일로 단축될 예정이다. 기존에는 수작업으로도 인증서 관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자동화 체계 구축이 필수가 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를 사업 기회로 잡은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티맥스소프트 출신 장영휘 대표가 2021년 6월 함께 일하던 연구원 2명과 창업한 위베어소프트다.

미들웨어 외길 18년…"API 관리가 기업 명운 가른다"
/그래픽=이지혜
/그래픽=이지혜

장영휘 대표는 미들웨어 개발 경력 18년차다. 티맥스소프트 미들웨어연구본부에서 13여년간 근무했고, 2020년 코트라(KOTRA)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된 웹서버 제품 '웹투비(WebtoB)' 개발을 총괄했다.

사명 위베어소프트는 '웹'과 '미들웨어'를 합친 말이다. 장 대표는 "미들웨어는 하드웨어·OS와 애플리케이션 사이를 잇는 계층이다. 그동안 검은 콘솔 화면에서 명령어로만 다루는 영역이었다"며 "이것을 웹에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게 만들자는 뜻을 담았다"고 했다.

첫 제품은 API 게이트웨이 'APINEX(에이피아이넥스)'다. 그는 "API는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창구와 같은 것"이라며 "배달 앱에서 위치 정보를 가져오거나, 은행 앱에서 타 기관 계좌 정보를 불러오는 모든 과정이 API를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특히 AI 시대에 접어들며 API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설명이다. APINEX의 경우 프로그래밍 언어로 자바(Java)를 채택한 국내 대다수 제품들과 달리 메모리 안전성과 보안성이 뛰어난 '러스트(Rust)'를 사용한 것이 차별점이다.

장 대표는 "러스트는 배우기가 쉽지 않아 개발자들이 수개월은 학습해야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채택하고 미국 백악관까지 권고할 만큼 안정성이 검증된 언어"라며 "효율성과 보안성을 위해 그 과정을 감수했다"고 전했다.

이어 "API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기업의 명운을 가른다"며 "장애가 났을 때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지고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는 바로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기반 기술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수작업 한계 극복, 인증서 관리 비용 80% 절감

위베어소프트의 승부처는 두 번째 제품 'CertBear(서트베어)'다. SSL 인증서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갱신·배포하는 솔루션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대부분의 기업이 이러한 갱신 과정을 여전히 수작업으로 처리하고 있어서다.

장 대표는 "갱신 주기를 놓치면 웹사이트 접속 자체가 차단된다. 실제로 한 카드사는 인증서 만료로 결제가 멈춰 수십억원 손실을 봤다"며 "공공기관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면 단순히 '죄송합니다'로 끝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서버 100대 규모의 기업은 갱신 때마다 5명이 한 달을 매달린다. 인건비로 나가는 것만 5000만~1억원"이라며 "갱신 주기가 47일로 줄면 이 비용이 연 5억원까지 늘어난다. CertBear를 도입했다면 유지보수 비용만 들어가니 인건비의 80% 이상이 절감된다"고 강조했다.

경쟁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기술적 출발점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 나오는 솔루션 대부분은 인증서를 발급하는 기관이 만든 것이라 '쉬운 발급'에 초점이 있다"며 "우리는 인증서를 적용하는 웹서버를 만들던 기술에서 출발해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고 했다.

CertBear는 인증서 갱신·배포 과정을 모두 자동화했다. 서버에 설치된 에이전트가 포트를 스캐닝해 흩어진 인증서를 찾아내고, 대시보드에서 전체 현황을 모니터링한다. 담당자에게 만료 알림을 메신저와 SMS로 보내고, 공인·사설 인증서의 발급부터 배포까지 처리한다.

장 대표는 "CertBear에 대한 시장 반응이 뜨겁다"며 "최근 2~3개월간 접수된 도입 문의만 83개사,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일주일에 두세 건씩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매출이 붙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타깃하는 시장 규모는 '조(兆)' 단위다. 그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만 2000여곳, 중견·중소기업까지 더하면 국내에서만 1만곳이 넘는다"며 "고객사당 평균 5000만~1억원을 지출하면 조 단위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는 대형 레퍼런스에 집중"…내년 시리즈A 돌입

업력 6년차를 맞는 위베어소프트의 성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장 대표는 "5년차쯤 돼서야 고객사 레퍼런스가 생겨 기업들로부터 '입찰에 들어와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전에는 사업소개서만 받는 정도였다"며 "월급 줄 돈이 없어 결혼반지와 돌반지를 팔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프리시리즈A 라운드를 마무리한 위베어소프트는 내년 초 시리즈A를 준비한다. 올해는 매출 볼륨을 키우기보단 대형 레퍼런스 확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동남아시아를 1차 타깃으로 태국 경찰청, 인도네시아 경찰청과 PoC(기술실증)를 진행 중이며 미국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

장 대표는 "해외에서는 국산이냐 외산이냐보다 기술력과 안정성을 본다"며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아키텍처를 설계한 만큼 북미와 유럽까지 단계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그리는 최종적인 그림은 AI 에이전트 인프라다. API 관리를 넘어 AI 에이전트 간의 통신 연결인 'A2A(Agent to Agent)' 시대를 준비하는 중이다. AI가 일상이 된 시대에서 디지털 신경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장 대표는 "AI 에이전트가 식기세척기나 휴머노이드 로봇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가사 업무를 조율해야 할 때 이들 사이의 복잡한 통신을 하나로 모으고 안전하게 연결하는 미들웨어가 반드시 필요해진다"며 "이 영역이 우리가 진입할 거대한 시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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