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법개정안이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며 수정 국면을 맞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이 중산층에 부담이 없도록 세제를 원점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세법개정안 내용이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소득세제 개편은 정부가 그리고 있는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이라는 큰 밑그림의 시작이다.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세 감면을 줄여 증세 없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이른바 '세제 정상화'의 첫 단추가 바로 소득세제 개편이다. 이후 법인세와 재산세, 소비세 등 건드려야 할 세목이 첩첩산중이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어긋나면서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민증세를 건드려 조세저항을 한껏 높인 상황이다. 중소기업과 일반 소비자 세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세 개편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질리 만무하다.
소득세에 이어 최우선 추진될 것으로 손꼽히는 세목은 법인과세다. 현재 3단계로 구분된 과세표준을 우선 2단계로 줄이고 중기적으로는 선진국처럼 한 단계로 통합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문제는 현 3단계 과표구간이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계된 구조라는 것이다.
세수확보 목적을 감안하면 통합 법인세율이 현재 대기업 수준인 22% 안팎으로 설정될 능성이 높다. 10%의 세금을 내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세 부담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공산이 크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에 대해 "선진국형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총 34개 OECD국가 중 22개국은 법인세가 자본에 대한 과세임을 감안해 단일세율로 운영 중이다. 정부는 기업의 세 부담을 늘려 성장 친화적 조세체계를 유지하겠다는 해석을 덧붙였다.
그러나 소득세율 개정 과정에서 "서민 세 부담 증가는 원전재검토하라"는 지침이 떨어지며 중소기업에 대한 세율인상도 언감생심이 됐다. 법인세율 관련 중소기업들의 저항에 직면할 경우 소득세제 개편과 같은 혼란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이어 개편대상이 될 재산세는 부동산과세와 맞물려 시장의 반감이 소득세보다 더 클 수 있다. 우리 재산세의 GDP대비 비중은 2.9%로 OECD국가 평균인 1.8%에 비해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최고세율이 50%로 일본과 함께 OECD국가 중 가장 높다.
정부는 이를 '거래세 인하와 보유세 인상'을 원칙으로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양도세 중과제도를 완화하고 상속세율도 줄일 예정이다. 그러나 감면 및 공제제도도 함께 축소키로 해 실효성 논란이 예상된다. 거래세를 완화하는 반면 종합부동산세는 상향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독자들의 PICK
지금 2,595명 읽는 중
게다가 정부가 "GDP(국내총생산) 대비 비중이 OECD 평균보다 한참 낮다"고 강조하고 있는 소비세는 그야말로 극렬한 조세저항이 예상되는 세목이다. 우리 일반소비세의 GDP대비 비중은 4.4%로 OECD평균 6.9%에 비해 낮다. 부가세율은 10%로 역시 OECD 평균 18.7%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중기적으로 금융과 교육, 의료 등 주요 분야에서 부가세 과세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고가의 사치재를 중심으로 개별소비세 과세대상도 늘릴 예정이다. 에너지세제도 손댈 계획이다. 어느 하나 만만한 내용이 없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 세제개편이지만 생각보다 저항이 커 놀랐다"며 "남은 난제들을 어찌 풀지 막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