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콘퍼런스

자녀 교육을 둘러싼 '지위 경쟁'이 없었다면 한국 여성의 평균 자녀 수가 지금보다 28% 많았을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출산율 하락이 젊은 노동력의 희소성을 높여 자동화 등 기술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돼 저출산·고령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존 통념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함께 2~3일 '인구 고령화와 장수의 경제학: 도전에서 기회로'를 주제로 공동 콘퍼런스를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저출산·고령화가 성장과 통화정책, 노동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들이 발표된다.
염민철 버지니아커먼웰스대 교수 등은 부모가 자녀의 교육 성취를 다른 집 자녀와 비교하는 '지위 경쟁'이 사교육비를 사회적으로 과도한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출산을 억제한다고 분석했다. 교육 경쟁에 대한 우려가 큰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낮고 하락 속도도 빨랐으며 한국과 싱가포르, 칠레 등이 대표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소득 하위 20% 가구가 소득의 8.4%를 사교육비에 쓰는 반면 상위 20%는 5.1%를 지출했다. 학원 심야교습 규제로 상위 15% 가구의 사교육비가 10% 감소하면 하위 50% 가구의 사교육비 비중도 0.4~0.9%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위 경쟁 효과가 없었다면 1970~1975년생 여성의 평균 자녀 수가 실제 1.92명에서 2.45명으로 28% 많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출산에 따른 여성의 소득 감소도 여전히 컸다. 황지수 서울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출산 5년 뒤 여성의 소득은 출산하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43% 낮았지만 아버지의 소득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육아휴직뿐 아니라 유연근무와 재택근무 등 일과 돌봄을 일상적으로 병행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령화는 통화정책의 운신 폭도 좁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황인도 한은 실장 등은 출산율과 기대수명이 1991년 수준으로 유지됐다면 2024년 균형 실질금리가 실제보다 약 1.4%포인트 높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출산율 회복과 고령층 고용 확대, 생산성 제고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저출산이 반드시 1인당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도 나왔다. 대런 애쓰모글루 MIT 교수와 앤드루 스콧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등은 지난 70년간 출산율이 낮은 국가일수록 생산연령인구 1인당 GDP와 임금 증가율이 오히려 높았다고 분석했다. 젊은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노동절약형 기술의 개발과 도입이 촉진됐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의 인구 감소 속도가 과거 경험보다 훨씬 빠른 만큼 이를 미래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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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오 하야시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 명예교수는 일본의 30년 장기침체가 다른 나라보다 일찍 시작된 고령화로 상당 부분 설명된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의 2020~2050년 고령화 속도가 미국의 3배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며 일본의 장기침체가 동아시아에서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OECD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 쇠퇴, 저출산이 서로를 강화하는 악순환도 한국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한국의 총인구는 2050년까지 약 500만명 줄고 생산연령인구는 3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역 간 노동생산성 격차는 최대 2.5배에 달했고 서울과 경기는 다른 지역에서 각각 60조원 이상의 재산소득을 순유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