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자국 통화로 쉽게 사고팔 수 있는 환경일수록 가상자산 투자 수요가 실제 달러 매수로 이어져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에서는 가상자산 수요가 늘어도 환율보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가격이 오르는 데 그치지만, 향후 법인·외국인의 시장 참여가 확대되면 가상자산 시장의 충격이 원/달러 환율로 전달되는 경로가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외환시장 간 연계성 : 글로벌 거래소의 역할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바이낸스에서 특정 국가의 법정통화와 달러 스테이블코인 간 거래가 지원된 이후 달러 스테이블코인 가격이 실제 달러 가치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정도는 0.33~0.38%포인트 유의하게 줄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수요 증가가 해당 국가의 대미 달러 환율 상승(자국 통화 약세)로 이어지는 경향은 강해졌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USDT·USDC처럼 가치가 미 달러화에 연동된 가상자산이다. 가령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이라면 1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도 이론적으로 1350원 안팎에 거래돼야 한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1350원보다 비싸게 거래될 수 있는데 이 가격 차이를 '스테이블코인 프리미엄'이라고 한다. 한은은 비달러 통화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는 것은 사실상 해당 통화로 달러 표시 자산을 사는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도 그 수요가 실제 달러 매수로 이어지기 어렵다. 원화로 바이낸스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살 수 없어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물량을 서로 사고파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도 법인과 외국인의 참여가 제한돼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수요가 몰려도 공급이 제한돼다 보니 달러를 새로 사기보다는 국내 스테이블코인 가격이 오르는 방식으로 충격이 흡수된다. 가상자산 투자 수요를 보여주는 비트코인 검색량이 1표준편차 증가했을 때 한국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프리미엄이 약 0.85%포인트 확대됐지만 원/달러 환율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이 없었다. 가상자산 투자 수요가 환율보다 스테이블코인 가격에 반영된 셈이다.
브라질처럼 자국 통화로 바이낸스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살 수 있는 경우는 다르다. 투자자가 스테이블코인을 사면 글로벌 시장조성자가 이를 공급하고 받은 헤알화를 외환시장에서 달러로 바꾼다. 코인을 사려는 수요가 실제 달러 매수로 이어지면서 헤알화 가치와 환율에도 영향을 준다. 브라질에서는 프리미엄 상승폭이 0.11%포인트에 그친 대신 헤알/달러 환율이 약 0.12%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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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시장 구조의 차이는 평소 스테이블코인 가격에도 반영됐다. 한국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프리미엄은 1.67%다. 상대적으로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은데도 자본통제가 강한 우크라이나(1.86%)와 남아프리카공화국(1.80%)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법인·외국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제한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국내외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개방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법인·외국인의 참여가 늘면 국내외 스테이블코인 가격 차이는 줄어든다. 대신 가상자산 시장의 충격이 실제 달러 매매를 거쳐 원/달러 환율로 번질 가능성은 커진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디지털자산 제도 정비와 함께 원화 국제화와 외환시장 구조 개선을 연계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외환시장 참여자와 유동성을 늘려 가상자산 시장에서 넘어오는 충격을 흡수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