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이 단순한 정주공간을 넘어 일정 기간 머물며 관계를 맺는 체류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이른바 '세컨드 하우스'가 늘고 인구가 줄더라도 가구 수는 증가하는 '인구 희석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생활 방식도 다양해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농산어촌 마을 패널 조사 사업'을 통해 전국 103개 농산어촌 마을의 인구·생활·공간·경제·공동체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농산어촌에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지속됐지만 가구 수는 소폭 증가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한 가구당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희석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고령화와 1인·소규모 가구 증가 등으로 한 가구를 구성하는 인원이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변화다.
세컨드 하우스와 체류형 주거도 늘었다. 주민등록상 상주인구뿐 아니라 일정 기간 농촌에 머무는 체류인구까지 함께 지역을 이용하는 형태로 정주 방식이 변화했다. 경제활동도 다양해졌다. 빈집과 유휴공간을 활용한 소규모 창업과 관광, 가공 등 비농업 분야의 경제활동이 늘었다.
생활권 역시 가까운 읍·면 중심지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주민들은 인접 중심지와 근거리 상권을 오가는 동시에 온라인·비대면 서비스까지 활용하면서 여러 생활권을 복합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생활서비스 여건은 여전히 취약했다. 주민들은 자연환경과 이웃 관계, 공동체에 대해서는 높은 만족도를 보였지만 일자리와 보건의료, 생활 편의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청년층과 신규 전입자의 공동체 참여율이 낮다는 점도 과제로 꼽혔다. 연구진은 다양한 세대와 주민이 지역사회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동체 운영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이철 KREI 연구위원은 "세컨드 하우스 확대, 생활권 다층화, 다양한 경제활동 등 변화된 여건에 맞춰 농산어촌이 재편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인구 감소를 현실로 전제하더라도 주민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며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정주체계를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