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관 3명 국제종자박람회서 수상 잇따라
정재아 연구관 육성 '백강' 국무총리상, 개발 6년만에 시장점유율 120배 성장
마경복 연구관은 단감 '감풍'·이정훈 연구관도 감초 '원감'으로 장관상 받아
농업현장 문제 해결…생산비 절감부터 수입 대체까지 국산 품종의 저력 선봬

국화 농가는 농약과 난방비를 걱정하고, 단감 농가는 열매솎기에 필요한 일손을 걱정한다. 약재로 쓰이는 감초는 오랫동안 수입에 의존해 왔다.
농업 연구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병에 강한 국화, 일손을 덜어주는 단감, 우리 땅에서 잘 자라는 감초를 개발하며 해법을 찾아왔다.
이들이 연구실과 시험포장에서 보낸 오랜 시간이 농민 부담을 줄이고, 시장 경쟁력을 만들어 내면서 올해 값진 결실을 맺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전북 김제에서 열린 국제종자박람회에서 국화 '백강'이 대한민국 우수품종 경진대회 국무총리상을, 단감 '감풍'과 감초 '원감'이 각각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올해 22회째를 맞은 대한민국 우수품종상은 우수한 국산 품종을 발굴하고 육종가들의 신품종 개발 의욕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상이다.
세 품종의 수상은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 우리 농업이 직면한 서로 다른 과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장 눈길을 끄는 품종은 국무총리상을 받은 '백강'이다.
정재아 연구관이 육성한 백강은 국내 최초로 개발된 흰녹병 저항성 흰색 대형 국화다. 국화 재배농가의 골칫거리인 흰녹병에 강하면서 낮은 온도에서도 꽃을 피우는 특성을 갖췄다.
덕분에 농약 사용량은 약 30%, 겨울철 난방비는 약 20% 줄일 수 있다. 꽃잎이 단단하고 쉽게 떨어지지 않아 수확 이후 유통 과정에서도 상품성을 오래 유지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시장의 반응이다.
일본 품종이 주도해 온 국내 흰색 대형 국화 시장에서 백강의 공영도매시장 거래액 점유율은 2019년 0.2%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4.1%까지 뛰어올랐다. 6년 만에 120배 넘게 성장한 셈이다.
지난해 평균 경매가격도 한 속당 6696원으로 비교 품종인 '백선'(4506원)을 웃돌았다. 일본 수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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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상을 받은 단감 '감풍'은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마경복 연구관이 개발한 감풍은 평균 무게가 400g에 이르는 대과종이다. 과즙이 풍부하고 배처럼 아삭한 식감을 지녔으며, 후숙하면 멜론처럼 부드러운 맛도 느낄 수 있다.
감풍의 진정한 경쟁력은 크기와 맛에만 있지 않다.
기존 품종 '부유'보다 꽃봉오리 솎기 등 재배작업이 수월해 노동력을 약 32% 절감할 수 있다.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에는 반가운 특성이다.
창원과 고흥, 영암 등에 전문생산단지가 조성되면서 재배면적은 119.1㏊까지 확대됐다. 도매시장 반입물량도 2022년 첫 출하 이후 4년간 약 9배 증가했다.
이정훈 연구관이 개발한 감초 '원감'은 국산 약용작물의 가능성을 넓혔다.
원감은 국내 최초로 개발된 감초 품종이다. 우리나라 재배환경에 잘 적응하고 쓰러짐과 점무늬병에 강하다. 생산량은 기존 대비 27% 높고 주요 유효성분 함량은 수입 감초보다 2배 이상 많다.
이러한 품질을 인정받아 2023년 대한민국약전에 등재됐다. 재배 규모도 약 15㏊로 확대되면서 의약품뿐 아니라 식품과 가공제품의 원료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해외에서 들여오던 약용작물을 우리 땅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대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이번 수상은 기후변화와 생산비 증가 등 현장의 어려움에 대응해 수요자 눈높이에 맞는 품종을 개발해 온 노력의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재배 안정성과 품질, 시장성을 두루 갖춘 품종을 개발·보급해 원예특작산업 발전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